인민군대의 숫자는 왜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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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청년들 대를 이어 총폭탄 되어야
인민군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제부터 매주 한 번씩 인민군대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분들을 만나 뵙게 될 리춘남이라고 합니다. 먼저 저에 대한 소개를 간단하게 드리면 저의 고향은 황해북도 평산군이고, 2005년에 북한을 떠나 남한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요즘 말하는 탈북자입니다.
지금은 앞으로 남북통일을 위해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자고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준박사(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도 북한에서 10년 동안 군사복무를 하고 노동당에도 입당했고, 4년제 대학도 졸업한, 그러니까 거기말로 간부경력을 고루 갖춘 기본계급 출신이었습니다.
그래서 군대복무를 먼저 한 사람으로서 제가 겪은 여러 가지 경험을 여러분들에게 하고자 합니다. 우선 제가 왜 한국에 나오게 됐는지는 나중에 차츰 설명을 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인민군대의 숫자는 왜 많을까” 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저도 북조선에서 궁금했던 점은 다른 나라의 군대들도 우리나라 군대처럼 많은지, 그리고 어떻게 먹고 사는지, 몇 년 동안 군대복무를 하는지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중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를 거쳐 살면서 이런 궁금증이 대부분 풀렸습니다.
제가 한국에 나오기 전에 대학을 다닐 때 남조선방송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남조선 방송에서 자기네는 군 복무 기간이 2년밖에 안 된다는 소리를 듣고 “저 소리는 남조선 사람들이 하는 방송이니 거짓말이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한국에 나와 보니 사실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공부하는 대학원생들도 2년 동안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복학해서 공부하고 있고 이따금씩 국군부대에 나가면 그곳 군인들을 통해 알게 됩니다.
저는 요즘 안보강연을 좀 다닙니다. 안보강연이라는 것은 북한에서 살다 나온 군인출신 탈북자들이 국군부대들을 다니면서 그들에게 인민군대 이야기를 해주는 일종의 강의인데요. 거기 다니면서 국군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 한국 젊은이들은 대학을 다니다가 20세 이상부터 2년 동안 군대복무를 합니다. 그것도 앞으로 18개월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군대복무를 짧게 하면서도 한국의 청년들은 군대 나가는 것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 2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군에 가있으면 그만큼 경쟁사회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그 시간이 아쉬운 것입니다. 북한에서 부모들이 “군대나가야 사람구실 한다”면서 자식들의 등을 떠밀어 내보내는 것과 딴판입니다.
남한에서는 의무병역제인데 북한처럼 군대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얼마 전 유엔인구기금(UNPFA)의 도움으로 북한에서 진행된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군 숫자가 69만9천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 숫자는 117만 명이 넘습니다.
북한이 발표한 숫자가 맞는지는 여러 가지 의문이 갑니다. 한국에서는 군부대 병영이나 초소에 가야 군인들을 볼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거리나, 역전이나 어디를 가나 군대를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주민 10명중 3명은 군대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매 도에 하나씩 있는 인민군 1군단에서부터 9군단까지, 그리고 교도지도국, 훈련소, 공병국, 도로국 등을 합하면 공식적으로 120만 명이 넘습니다.
인구 2천만 명이 좀 넘는 북한이 120만 명의 군대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국민 4,800만 명이 좀 넘는데도 군대가 69만 명입니다. 북한처럼 작은 나라가 이만큼 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불균형입니다. 군대는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이기 때문에 식량부터 시작해서 피복 등 모두 공급해줘야 합니다. 북한에서 매년 식량이 모자라는 원인도 군량미로 군대들에게 들어가는 식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북한에 군대가 많이 필요할까요?
북한에서 군대 숫자가 많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인민군대에서 구호는 오직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를 위하여 한 목숨 바쳐 싸우자! ” 입니다. 북한은 쩍하면 말끝마다 “적들이 혁명의 수뇌부를 노린다”고 하는데, 사실 남한에 나와서 보니 미국이나 한국은 북한의 지도자를 해치기 위해 테러를 한다거나, 공격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 최고사령관을 누가 해치기라도 하듯이 북한에서는 군인들에게 총과 폭탄이 되어 그를 보위해야 한다고 하고 그 최고사령관은 평화 시기에 있지도 않는 ‘전선길’을 헤쳐 간다고 밤낮 군부대만 돌아다닙니다.
이처럼 북한의 청년들은 인생의 가장 귀중한 황금시절을 수령의 총폭탄이 되어 흘러 보냅니다. 그런데 요즘 신 같던 그 최고 사령관이 아파한다고 합니다. 만년 장수 할 줄 알았던 김일성도 결국은 인간으로 살 만큼 살고 돌아갔고, 이제 그의 뒤를 이었던 최고 사령관도 나이가 들어 어디 편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세 번째 아들인 새파랗게 젊은 김정은에게 최고사령관의 자리를 물려준다고 합니다. 그 김정은으로 말하면 김정일의 본처의 아들도 아니고 몰래 데리고 산 동거녀의 아들로, 어려서 스위스에서 유학하고 미국의 농구 선수를 좋아하는 ‘귀공자’에 불과합니다. 그런 그가 또 최고사령관이 되면 인민군대 안에는 모름지기 “최고사령관을 위해 한 목숨 바쳐 싸우자!”는 구호가 나올 것입니다.
북한의 청년들도 자기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버지에 이어 아들에게도 총과 폭탄이 되어야 하는 슬픈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북녘의 청년들도 군대복무를 적당히 하고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게 컴퓨터도 배우고, 운전 기술도 배워서 사람답게 살아봐야 할 텐데 언제까지 한 개인을 위해서 인생을 허비해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무튼 해가 지면 새날이 오듯이 북한의 청년들도 남한의 청년들과 같이 자기 인생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오늘 시간 마칩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까지 서울에서 리춘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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