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연계된 200만 인민

운영자
2014-05-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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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6월까지 함경북도 청진시에 살다가 2002년 남한에 입국한 나는 한 때 남겨진 나의 가족(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을 위해 1년에 평균 200만원의 돈을 부쳤다.
남한에서 200만원은 고작 일반 노동자 한 달 월급에 해당하겠지만 북한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다. 당시는 화폐개혁 이전이어서 노동자들의 한 달 생활비가 150원 정도였다. 이 돈을 암시장에서 미국 달러와 바꾸면 1달러 정도이다. 다시 말해 북한 일반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 고작 1달러이다.
그러니 내가 보내준 200만원은 달러로 환산하면 1,800 달러 정도이니 도무지 비교가 안 된다.
자칫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보내준 돈으로 북한에서 살면 백년도 더 산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렇지도 않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북한은 모든 상품이 암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 나라다. 내가 있을 당시 쌀 1kg에 140원, 돼지고기 1kg 180원, 계란 한 알에 20원 했다. 소련제 TV는 3,000원, 일본제 냉장고는 12,000원 정도 하였다. 사회주의는 국가에서 배급을 주는 제도인데 국가가 배급을 못 주면 장사라도 하라고 승인해야 한다.
그러나 장사는 자본주의 생활방식이라며, 그것이 커지면 사회주의 혁명에 독이 된다면서 합법적이고 장기적인 장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있을 당시 청진시의 경우 장사를 허락해도 언제부터 언제까지, 혹은 어디에서, 또 시장에 출입할 수 있는 나이는 몇 살부터 몇 살까지 등의 방식으로 통제를 하였다. 인민들이 배급을 안주니 불평은 나오고, 장사를 자유롭게 허락하면 돈 맛을 들여 노동당의 지시를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 같으니 이래저래 고민이다.
남한 같으면 마트나 시장을 운영 못하게 한다면 대통령이 열 백번이라도 자리에서 물러났겠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북한에서는 인민생활의 어려움이나 국가 경제의 어려움 등은 모두 경제일꾼들의 책임이거나 외부세계(주로 미국과 남조선 등)의 잘못으로 주민들에게 말한다.
북한에서는 조금이라도 잘된 일은 전부 김정일의 현명한 영도나 정치의 결과라고 한다. 다시 말해 바른 말을 못하는 사회다.
국민이 굶는 것은 어떤 이유든 지도자의 잘못인데 북한의 지도자는 예외다. 아주 특별한 사람이다. 아니 독재자고 인민의 피를 빨아 먹는 흡혈귀나 마찬가지다. 노동당의 간부들은 김정은에게 충성하고 또 충성한다. 그래야만 승진하고 출세할 수 있다. 안 그러면 간부들도 하루아침에 쥐도새도 모르게 없어지는 무서운 사회다.
인민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서로 감시 속에 살고 있다. 무슨 일이든 자기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없다. 모두 당비서들과 합의하여 결정하고 보위지도원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그러니 북한에서는 간부들의 반정부 반체제 행동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잔인하고 무서운 사회가 싫어서 목숨을 걸고 나온 나다. 그리고 우리 탈북자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살아보니 우리가 북한에서 얼마나 노예나 짐승처럼 살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북한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북한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탈북은 북한의 음지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본다. 현재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의 90%가 가족 및 친인척들이 북한에 남겨져 있다. 이들 중 반 이상의 사람들이 남겨진 북한의 가족과 친인척들에게 달러를 송금하고 있다.
송금 방법은 간단하다. 남한에서 중국과 금융전산이 잘 돼 있어 이것을 이용한다.
지난날 나의 경우를 보면 중국 연길에 있는 조선족 사람들과 연계를 했다. 공안에게 쫓기는 숨 막히는 중국에서 1년간 숨어 다닐 때 큰 신세를 졌던 왕 모 씨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고마워서 한국에 와서 내가 받은 정착금 일부(300만원)를 인사 갚음으로 사례하였다.
훗날 알고 보니 이 왕 모씨가 북한에 있는 자기 친척(화교)을 통하여 청진에 사는 나의 가족에게 그 돈 절반에 해당하는 물품을 주었다. 나는 여기서 착안을 하여 이후로 중국 왕 모씨에게 돈을 보냈고 그는 또 북한에 있는 친척을 이용하여 돈을 보냈다. 돈은 여기서 달러로 보냈고 중국에서는 북한에위안화로 보냈다. 위안만 있으면 달러 못지않게 잘 쓰고 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송금을 하고 있다. 남한에서 100만원을 보내면 실제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그 절반 정도만 들어간다. 들어가는 도중 2중 3중으로 수수료를 떼기 때문이다.
많은 탈북자들이 이것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부치고 있다. 안 그러면 남겨진 가족들이 굶어 죽을 판이다. 중국 화교와의 접촉도 마치 간첩 접선하듯 몰래몰래 한다. 그리고 보안원들이 그것을 눈 뜨고 살핀다. 현장을 덮쳐야만 뇌물이라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보안원은 노골적으로 ‘요즘 생활이 달라졌어?’하는 식으로 생트집을 잡기도 한다.
그들에게까지 수수료를 떼이고 나면 30%나 20% 정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안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내 가족의 경우에는 그래도 내가 보내주는 돈이 있었기에 북한에 있을 당시 굶어 죽지 않았다고 부모님들이 나에게 말했다.
북한의 국경이나 함경도 지역 인민들은 겉으로는 아니지만 속으로 탈북자들에 대해서 대단히 부러워하고 그들을 우상화 하는 경우까지 보이고 있다. 가족끼리 앉아서 말을 할 때는 “우리 가문에도 언제 똑똑한 사람이 나와서 남조선 돈 좀 써볼까?” 하는 식으로 탈북자나 가족을 매우 동조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늘까지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탈북자는 2만 4천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고향에 가족과 먼 친인척까지 대략 수십만 명의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들이 남한에서 보내준 돈으로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하면 수백만 명의 인민들이 탈북자의 혜택을 보는 것으로 계산된다.
그래도 탈북자를 가족이나 친인척으로 둔 사람들은 그나마 밥을 먹고 사는 형국이다. 지난 정부에서 북한에 퍼주던 대북정책만큼 탈북자들에게 돌아갔더라면, 그래서 그것이 북한 사회 음지로 들어갔더라면 그래도 많은 아사자는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가져본다.
김일신, 전 인민군 하사
남한에서 200만원은 고작 일반 노동자 한 달 월급에 해당하겠지만 북한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다. 당시는 화폐개혁 이전이어서 노동자들의 한 달 생활비가 150원 정도였다. 이 돈을 암시장에서 미국 달러와 바꾸면 1달러 정도이다. 다시 말해 북한 일반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 고작 1달러이다.
그러니 내가 보내준 200만원은 달러로 환산하면 1,800 달러 정도이니 도무지 비교가 안 된다.
자칫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내가 보내준 돈으로 북한에서 살면 백년도 더 산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그렇지도 않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북한은 모든 상품이 암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 나라다. 내가 있을 당시 쌀 1kg에 140원, 돼지고기 1kg 180원, 계란 한 알에 20원 했다. 소련제 TV는 3,000원, 일본제 냉장고는 12,000원 정도 하였다. 사회주의는 국가에서 배급을 주는 제도인데 국가가 배급을 못 주면 장사라도 하라고 승인해야 한다.
그러나 장사는 자본주의 생활방식이라며, 그것이 커지면 사회주의 혁명에 독이 된다면서 합법적이고 장기적인 장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있을 당시 청진시의 경우 장사를 허락해도 언제부터 언제까지, 혹은 어디에서, 또 시장에 출입할 수 있는 나이는 몇 살부터 몇 살까지 등의 방식으로 통제를 하였다. 인민들이 배급을 안주니 불평은 나오고, 장사를 자유롭게 허락하면 돈 맛을 들여 노동당의 지시를 귓등으로도 안 들을 것 같으니 이래저래 고민이다.
남한 같으면 마트나 시장을 운영 못하게 한다면 대통령이 열 백번이라도 자리에서 물러났겠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북한에서는 인민생활의 어려움이나 국가 경제의 어려움 등은 모두 경제일꾼들의 책임이거나 외부세계(주로 미국과 남조선 등)의 잘못으로 주민들에게 말한다.
북한에서는 조금이라도 잘된 일은 전부 김정일의 현명한 영도나 정치의 결과라고 한다. 다시 말해 바른 말을 못하는 사회다.
국민이 굶는 것은 어떤 이유든 지도자의 잘못인데 북한의 지도자는 예외다. 아주 특별한 사람이다. 아니 독재자고 인민의 피를 빨아 먹는 흡혈귀나 마찬가지다. 노동당의 간부들은 김정은에게 충성하고 또 충성한다. 그래야만 승진하고 출세할 수 있다. 안 그러면 간부들도 하루아침에 쥐도새도 모르게 없어지는 무서운 사회다.
인민들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서로 감시 속에 살고 있다. 무슨 일이든 자기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없다. 모두 당비서들과 합의하여 결정하고 보위지도원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그러니 북한에서는 간부들의 반정부 반체제 행동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잔인하고 무서운 사회가 싫어서 목숨을 걸고 나온 나다. 그리고 우리 탈북자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살아보니 우리가 북한에서 얼마나 노예나 짐승처럼 살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북한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북한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탈북은 북한의 음지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고 본다. 현재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의 90%가 가족 및 친인척들이 북한에 남겨져 있다. 이들 중 반 이상의 사람들이 남겨진 북한의 가족과 친인척들에게 달러를 송금하고 있다.
송금 방법은 간단하다. 남한에서 중국과 금융전산이 잘 돼 있어 이것을 이용한다.
지난날 나의 경우를 보면 중국 연길에 있는 조선족 사람들과 연계를 했다. 공안에게 쫓기는 숨 막히는 중국에서 1년간 숨어 다닐 때 큰 신세를 졌던 왕 모 씨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고마워서 한국에 와서 내가 받은 정착금 일부(300만원)를 인사 갚음으로 사례하였다.
훗날 알고 보니 이 왕 모씨가 북한에 있는 자기 친척(화교)을 통하여 청진에 사는 나의 가족에게 그 돈 절반에 해당하는 물품을 주었다. 나는 여기서 착안을 하여 이후로 중국 왕 모씨에게 돈을 보냈고 그는 또 북한에 있는 친척을 이용하여 돈을 보냈다. 돈은 여기서 달러로 보냈고 중국에서는 북한에위안화로 보냈다. 위안만 있으면 달러 못지않게 잘 쓰고 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송금을 하고 있다. 남한에서 100만원을 보내면 실제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그 절반 정도만 들어간다. 들어가는 도중 2중 3중으로 수수료를 떼기 때문이다.
많은 탈북자들이 이것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부치고 있다. 안 그러면 남겨진 가족들이 굶어 죽을 판이다. 중국 화교와의 접촉도 마치 간첩 접선하듯 몰래몰래 한다. 그리고 보안원들이 그것을 눈 뜨고 살핀다. 현장을 덮쳐야만 뇌물이라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보안원은 노골적으로 ‘요즘 생활이 달라졌어?’하는 식으로 생트집을 잡기도 한다.
그들에게까지 수수료를 떼이고 나면 30%나 20% 정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안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내 가족의 경우에는 그래도 내가 보내주는 돈이 있었기에 북한에 있을 당시 굶어 죽지 않았다고 부모님들이 나에게 말했다.
북한의 국경이나 함경도 지역 인민들은 겉으로는 아니지만 속으로 탈북자들에 대해서 대단히 부러워하고 그들을 우상화 하는 경우까지 보이고 있다. 가족끼리 앉아서 말을 할 때는 “우리 가문에도 언제 똑똑한 사람이 나와서 남조선 돈 좀 써볼까?” 하는 식으로 탈북자나 가족을 매우 동조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늘까지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탈북자는 2만 4천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고향에 가족과 먼 친인척까지 대략 수십만 명의 사람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들이 남한에서 보내준 돈으로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고 하면 수백만 명의 인민들이 탈북자의 혜택을 보는 것으로 계산된다.
그래도 탈북자를 가족이나 친인척으로 둔 사람들은 그나마 밥을 먹고 사는 형국이다. 지난 정부에서 북한에 퍼주던 대북정책만큼 탈북자들에게 돌아갔더라면, 그래서 그것이 북한 사회 음지로 들어갔더라면 그래도 많은 아사자는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가져본다.
김일신, 전 인민군 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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