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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작업과 ‘붉은청년근위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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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9 14:01 1,69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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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의 경력이 학력보다 더 우선시 된다.
 
물론 충실성의 경력은 기회를 만나 한순간에 이루는 행운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년 시절부터 끊임없는 노력과 시간의 연속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녀를 둔 부모의 심정은 남한이나 북한이 같을 것이다. 자기 자식이 그 누구보다도 잘 되어 사회에서 떳떳하고 존경받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의 소원일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키우는데 온갖 심려를 기울인다. 지식과 건강, 도덕과 품성 등 모든 면에서 자식이 성숙하도록 열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지구상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어디에도 없는 부모의 노력과 당부가 북한에 있다. 수령에 대한 충성 경력을 쌓기 위한 노력과 당부다.
 
북한의 모든 학생들과 군인들은 조직에서 제정된 일과표대로 정성작업에 동원되지만 모두 동일한 충성 경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에는 학교에 등교하면 학급별로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 연구실과 현관(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유화물, 각 교실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초상화(액자사진), 교시판(김일성, 김정일의 훈시를 도형글자로 만든 액자)에 대한 정성작업부터 시작한다. 그것도 가장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참가해야 한다.
 
부모는 김일성・김정일 생일이나 국가명절을 맞으면 정성걸레나 밀대를 비롯한 작업 도구를 만들어 보내거나 새벽에 자식을 깨워 자식들의 충성 경쟁에 일조한다.
 
군에 입대해서는 짜인 일과생활과 전투・정치훈련으로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충성’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정말 신체가 하자는 대로 하다보면 칭찬은커녕 남한테 뒤쳐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는 8살 때 소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정성작업’에 참가하였다. 함경북도 청진시 송평구역 송림동에 위치하고 있는 김일성・김정일의 현지교시 사적비에 대한 청소였다.
 
이 사적비는 김책제철연합기업소에 대한 김일성・김정일 지시 내용을 수록한 대형 대리석이다. 제철소 주변에는 김일성・김정일 연구실을 비롯한 이런 사적 건물과 비석이 몇 개 있었다. 주변의 모든 건물들이 제철소의 철가루와 먼지로 검고 칙칙하여 본연의 색을 잃었지만 사적건물과 비석들만은 선명한 자태를 당당히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사적지에 대한 관리를 전담하는 인원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주민들과 학생들의 자발적인 ‘정성작업’에 의해 이처럼 깨끗한 자태를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학교는 같은 거주지와 동네별로 학습반을 조직하는데, 방과 후 함께 학교에서 준 과제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숙제도 함께 하고,‘전사자가족 돕기’와 고물 모으기와 같은 일도 함께 한다.
 
하지만 ‘학습반’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새벽에 일어나 함께 ‘정성작업’을 하는 것이다.
 
내가 소학교 시절이었던 80년대까지만 해도 부모는 새벽에 자식을 깨워 빗자루와 물바켓쯔(물 양동이)를 쥐어주며 사적지 청소에 내몰았다. 이유는 학습반장이 조기 ‘정성작업’에 대한 출석장악(체크)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성작업’에 빠지면 학교에서 비판을 받을 자식을 생각해서 그러기는 하지만 충성경력을 제대로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서 더더욱 자식의 단잠을 깨우는 것이다.
 
나는 초등 2학년 때 소년단에 입단을 하면서 학급의 분단위원장(소년단 조직책임자)을 하였다.
 
나의 임무는 학급학생들의 정치조직을 책임지고 관리 통제하는 것인데, 학교 소년단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조직분공주기(조직의 명의로 과제를 주는 일), 주 생활총화, 충성운동 등을 앞장에서 주도하고 관리・통제하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서는 학습반 별로 조기 ‘정성작업’ 정형을 순회하기도 하고 방과 후 담임선생과 함께 동네 학습반들을 돌아다니며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학생들의 사상을 항상 감시하고 지도하는 정치담당 학생이다. 학급장이 행정담당이라면 분단위원장은 정치담당이다.
 
당에 대한 충성심을 잣대로 한다고 하지만 부모님들의 직업에도 적지 않게 관계가 된다.
 
소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여 4학년이 되면 ‘사로청’(조선사회주의로동청년동맹)에 가맹한다. 사로청 시절에도 조직 책임자인 초급단체위원장의 직무를 맡았다.
 
임무는 소년단 조직생활 때와 비슷했지만 충성경력에서만큼은 차원이 다르다. 소년단 시절에는 학교와 부모의 강요나 당부에 의해 맹목적인 충성 행보를 했다면 ‘사로청’ 시절부터는 의식적인 충성경쟁에 뛰어든다. 충성 경력이 운명개척의 결정적인 카드라는 인식이 들면서 스스로 충성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자각적인 노력과 습관을 들이는 기간이기도 하다.
 
청년기에 들어서 정치담당 학생은 권세가 있다. 사회로 진출할 때 필요한 평정서를 써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급적 잘 보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나는 아버님의 당부로 일요일 새벽마다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구역에 있는 김일성 동상을 찾아 ‘정성작업’을 하였다.
 
중학교 4학년 때부터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만 3년 기간 나의 ‘충성경력 쌓기’는 계속되었다.
 
1987년 중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일요일에 나는 강한 비바람으로부터 동상 주변의 나무를 구했다고 하여 일등공신이 되었다. 사실 새벽녘에 강풍이 불어 동상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아버지가 다른 날도 아니고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에는 꼭 나가보라고 하셨다.
 
바람에 동상 주변의 나무들이 뽑힐 수도 있으니, 나무보호대를 가지고 나가보라고 하셨다. 밖에 나가기가 싫고 비바람에 몸이 가다들었지만(매우 빳빳하게 되면서 오그라졌지만) 아버님의 말씀대로 지지대와 삽을 들고 동상으로 향했다.
 
동상에 도착하니 동상관리원들이 강풍에 나무가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끈을 매고 보호대를 설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들과 함께 끈으로 나무를 고정하고 나무가 넘어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우며 분주히 움직였다. 반나절 동안 힘겨운 ‘전투’를 벌렸다.
 
그 때 동상보위를 위해 자진 출석한 학생은 나를 포함하여 10명 정도 되었다. 동상관리부에서는 나의 공로를 도당에 보고하였고, 학교에도 통보해 주었다. 나는 중앙당에서 발부한 모범학생 표창장을 수여받았다.
 
학교 ‘사로청’ 조직에서는 나의 생활평정서에 3년간 수령에 대한 높은 충성심을 가지고 ‘김일성 동지의 동상’에 대한 정성작업을 했다는 경력을 썼다. 이것은 그 사회에서 영광으로 취급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를 하여 생활하면서 나는 학창 시절에 쌓은 나의 충성 경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았다.
 
병사에서 하사관으로의 승진, 노동당 입당, 마지막 전역을 하면서 대학에 입학하는 전 과정에서 중학교의 충성 경력이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군 생활을 하던 1996년 8월, 부대는 갱도공사에 동원되었다. 작업 교대를 끝내고 갱 밖으로 나오는데, 중대 정치지도원이 나를 부르더니 대대 정치부에 가 보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호출에 당황했지만 나를 마주보며 웃는 정치지도원(정치장교)을 보니 나쁜 일 같지는 같았다. 은근히 마음속으로 기대되기도 하였다.
 
대대 정치부에 도착하여 방문을 두드렸다. “소좌동지! 하사 김수철 명령대로 왔습니다” 라고 보고를 하고 대대 정치장교 앞에 섰다. 정치지도원은 일어서더니 “수철 동무! 축하합니다” 하는 것이다.
 
순간 심장이 쿵쿵거렸다. 지도원은 “동무는 당의 크나큰 신임으로 조선로동당 입당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내 계산대로라면 나는 아마도 내년 봄이나 여름쯤의 순서로 될 줄 알았는데, 예상을 뒤집고 거의 1년 앞당겨 기회가 온 것이다. 결국 충성경력의 힘이었다.
 
나는 중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부대생활을 하면서도 공휴일을 이용하여 부대 연구실에 대한 정성작업을 끊임없이 진행하였다. 남들보다 체력이 약하여 일부 훈련에서 뒤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충성경력 쌓기를 위한 일과는 드팀없이(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해왔고, 결국 그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 붉은청년근위대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다 14세에 실탄을 쏴보는 기회를 갖는다. 북한의 중학교 과정에는 군사교육 기간이 별도로 제정되어 있다. 바로 ‘붉은청년근위대’ 생활이다.
 
‘붉은청년근위대’는 사로청(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약칭)원 대상으로 만 14세 이상의 중학생들로 구성된 민간 군사조직이다. 1970년 9월 김일성의 지시로 창설됐으며, 북한은 이들을 ‘항일혁명투쟁 시기의 청년의용군과 소년선봉대의 영광스런 계승자’로 지칭한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총대의 사명을 처음으로 접하는 시절이다.
 
‘붉은청년근위대’는 유사시 학교와 마을, 국내의 주요 시설물을 방어하고, 정규군의 보충과 보급물자 공급을 지원하기 위한 민방위 산하 청소년 군사조직이다. 북한 학생들은 중학교 4학년에 진학하면 만 14세가 되는데, 노동당 민방위부 소속의 ‘붉은청년근위대’에 입대를 하고 군사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기간은 15일이며 부대 병영과 같이 별도로 꾸려진 곳에서 숙식을 하며 진행한다.
 
훈련소에는 구역 민방위부에서 파견된 고정 군사교관들과 관리직원들이 있다. 담당 학교가 많다보니, 훈련소는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기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풀로 가동된다. 근위대 생활은 똑같은 부류의 군복은 아니지만 모두 국방색 군복을 착용하고 진행한다.
 
현역과 다른 것은 계급장이 없고, 규정된 속옷이 아니라 집에서 자체로 준비한 속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훈련은 제식동작과 사격이 기본이다. 아침 기상으로부터 저녁 취침에 이르기까지 군인들의 일과와 유사하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가장 많이 하는 훈련은 조준사격 훈련이다. 근위대 훈련의 마지막 총화가 결국 실탄 사격이기 때문이다.
 
100미터 거리의 원형고정 목표에 대한 훈련인데, 교관들은 사격 과녁을 과녁으로 보지 말고 미제의 심장으로 간주하고 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학생들은 ‘자세와 숨 조절, 조준선 정열을 맞추는데 신경을 곤두 세워도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는데, 미국 놈은 무슨…’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총화 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사격은 분대 단위로 나가 쏘는데, 나가기 전에 제정된 대원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친다. “조선인민의 철천지원쑤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자!” 라고 선창하면 대원들은 “소멸하자!”, “소멸하자!”, “소멸하자!” 라는 구호를 연호한다.
 
이윽고 훈련 교관이 구령을 내린다. “엎드려 사격 준비! 전방 목표물을 향하여! 단발로! 쏴앗!” 사격이 끝나고 판정성원이 수기로 점수를 알려온다. 훈련 평가기준은 우, 량, 급, 낙제의 등급으로 나뉘는데, 25점 이상은 우, 21점~24점은 량, 16~20점은 급, 그 이하는 낙제이다.
 
판정성원의 수기가 오르내릴 때마다 심장은 콩닥콩닥 뛴다. 한쪽에서는 기쁨의 ‘만세’가, 다른 쪽에서는 슬픔의 울음바다가 터진다. 30점의 최우수 성적을 맞은 학생에 한해서는 3발의 총탄을 더 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한 영광의 최우수상과 기념사진도 찍어준다. 낙제를 맞은 학생들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쑤에 대한 적개심이 문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최우수상을 받은 학생의 ‘적개심’이다. 그들은 최우수상을 받게 된 소감에서 늘 ‘원쑤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을 안고 적의 심장을 겨누는 심정으로 쏘아 명중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낙제를 받은 학생들의 적개심을 뭉개기 때문이다.
 
나는 다행히 16점이라 ‘급’을 맞아 비판무대는 간신히 피했지만 기분은 낙제를 받은 친구들과 비슷했다.
 
근위대 생활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여 아버님에게 야단을 맞았다. 아버님은 “남들이 다 맞는 우를 왜 못 맞았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또 군대 때 자기 자랑도 하신다. 군대 때 사단사격에서 항상 1등을 양보한 적이 없다고. 그래서 나는 아버님께 물었다. “아버지, 조준할 때 진짜 미국놈이 보입니까?”
 
그랬더니 불시에 아버님은 따귀를 날렸다. “이놈아,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나의 ‘붉은청년근위대’ 생활은 이렇게 흘러갔다. 군에 입대를 해서도 나의 사격술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우’를 맞아 본 것은 군복무 9년차 지난 어느 날이었다. 하지만 그날도 여전히 나의 눈에는 ‘미국놈’이 보이지 않았다.
 
<김수철, 전 인민군 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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