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은 북한에 큰 충격

운영자
2014-05-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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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헌법에 대한민국을 남쪽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영토로 규정하고 ‘남조선’으로 명한다. 또한 남한은 미제의 식민지이며 남한에 세워진 정부는 미제에 의해 조작된 ‘괴뢰’정부라고 주민에게 가르친다. 오직 1948년 9월 9일, 김일성에 의해 창건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이 남북을 대표하는 한반도의 유일한 정권이란 의미다.
북한에서 선전하는 분단의 역사를 보면 ‘분단의 기본 장본인은 미국이며, 이승만을 비롯한 친미 매국역적들이다. 미제는 광복 후 해방군의 탈을 쓰고 남조선에 들어와 군정을 실시하여 인민위원회를 해산했다.
김일성은 남한의 애국적인 정당, 사회단체 대표를 평양에 불러 남북연속회의를 진행하고 남북 통일정부 수립에 협의하였다. 하지만 미제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민을 강제로 선거장에 내몰아 5.10 단독선거를 강행하였고 친미적인 이승만 괴뢰정권을 만들었다’로 정리된다.
북한에서는 남조선 괴뢰정부는 미제의 신식민지 체계이며 ‘두개 조선’ 책동으로 단죄한다. 괴뢰정부 수립 과정에 있었던 반발과 탄압과정을 보여주는 수많은 영상자료와 책자들이 있다. 또한 중학교와 대학교의 교과서에도 남한의 5・10선거와 8.15정부 수립은 미제의 ‘두개 조선’조작 책동에 동조하여 친미 매국역적이 저지른 천추의 반역 행위로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북한 주민이라면 남조선에 수립된 정부는 미국의 괴뢰정권이며 이승만은 친미 매국 역적으로 떠올린다.
70년대까지는 거지가 득실거리고 어린이들이 깡통을 차고 쓰레기를 뒤지며, 학교가 아닌 구두닦이로 살아야 하는 썩고 병든 자본사회는 이승만과 같은 매국역적들이 남조선을 미국의 식민지로 팔아먹었기 때문이라는 북한의 선전이 먹혔던 것 같다. 나도 80년대 초 중학교를 다니면서 남조선은 사람이 못 살 생지옥이고 미국이 지배하는 식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북한 주민과 군인들이 남한 정부에 대한 인식에서 혼돈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88올림픽이 남한에서 진행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을 때다.
여단 기통수(문서 수발병)가 대대에 가져온 노동신문으로 아침 독보모임을 가졌는데 남조선의 올림픽 단독 개최는 두개의 조선을 조작 책동하려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미제의 두개 조선 조작책동의 일환으로 또다시 남한의 괴뢰정부가 세계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려 한다는 내용이었지만 받아들이는 군인의 입장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독보모임이 끝난 다음 군인들의 얼굴은 뜻밖의 소식에 놀라 경직되어 있었다. 국제적인 큰 행사를 남한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인데, 북한에서 공동개최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니 스스로 모멸감을 느꼈던 것 같다.
남한의 올림픽 소식에 사회는 물론 군부도 술렁거렸다. 북한 당국이 이런 분위기의 반전을 위해 제13차 세계청소년축전을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지만 올림픽과 청소년 축제를 비교해 볼 때 의문을 풀 수 없었다.
게다가 남한에서는 88올림픽을 치르고 부자가 됐다는 소문과 북한은 세계청소년축제를 하고 국고가 거덜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남한 정부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던 것 같다. 물론 나처럼 생각하는 군인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모두 관심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다.
부대 정치부에서는 연이은 강연제강을 작성하여 남한 정부에 대한 관심을 막아보려 했지만 91년도 ‘유엔 동시가입’이라는 충격적 사실이 전해지면서 남한 정부를 내심 인정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북한 당국은 ‘유엔 동시가입’에 대해 일체 언론에 알리지 않았지만 남한의 대북방송을 통해 전방부대 군인과 주민이 알게 되었고 입소문으로 급속도로 퍼졌던 것이다.
친한 군인들끼리 모이면 ‘중국이나 소련도 남한이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고 경제적 도움이 커지면서 국가로 인정을 했다’는 말을 했다. 또한 ‘국제적으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보다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더 많이 알려졌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북조선을 모두 북한이라고 하지 조선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당시에는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던 그때 그 말이 한국에 입국하여 생활하면서 깨달은 것 같다.
부유한 경제생활과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이런 민주국가,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이런 나라를 괴뢰정부라고 매도한 북한이 끝없이 가엽다는 생각도 했다.
김 부자의 존칭 수사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황천객이 되는 세상, 어머니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가 아니라 여행 신청을 위해 보안서(경찰서)로 달려가야 하는 불편하고 억울한 나라를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더 남한 정부수립이 천만번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한다. 그때 남한이 김일성의 공산통일정부 수립을 격파하고 단독정부 수립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과연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가능했을까? 또 미국이 없었다면 소련을 업은 북한의 공산 세력을 견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윤덕철, 전 인민군 대위>
북한에서 선전하는 분단의 역사를 보면 ‘분단의 기본 장본인은 미국이며, 이승만을 비롯한 친미 매국역적들이다. 미제는 광복 후 해방군의 탈을 쓰고 남조선에 들어와 군정을 실시하여 인민위원회를 해산했다.
김일성은 남한의 애국적인 정당, 사회단체 대표를 평양에 불러 남북연속회의를 진행하고 남북 통일정부 수립에 협의하였다. 하지만 미제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민을 강제로 선거장에 내몰아 5.10 단독선거를 강행하였고 친미적인 이승만 괴뢰정권을 만들었다’로 정리된다.
북한에서는 남조선 괴뢰정부는 미제의 신식민지 체계이며 ‘두개 조선’ 책동으로 단죄한다. 괴뢰정부 수립 과정에 있었던 반발과 탄압과정을 보여주는 수많은 영상자료와 책자들이 있다. 또한 중학교와 대학교의 교과서에도 남한의 5・10선거와 8.15정부 수립은 미제의 ‘두개 조선’조작 책동에 동조하여 친미 매국역적이 저지른 천추의 반역 행위로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북한 주민이라면 남조선에 수립된 정부는 미국의 괴뢰정권이며 이승만은 친미 매국 역적으로 떠올린다.
70년대까지는 거지가 득실거리고 어린이들이 깡통을 차고 쓰레기를 뒤지며, 학교가 아닌 구두닦이로 살아야 하는 썩고 병든 자본사회는 이승만과 같은 매국역적들이 남조선을 미국의 식민지로 팔아먹었기 때문이라는 북한의 선전이 먹혔던 것 같다. 나도 80년대 초 중학교를 다니면서 남조선은 사람이 못 살 생지옥이고 미국이 지배하는 식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북한 주민과 군인들이 남한 정부에 대한 인식에서 혼돈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88올림픽이 남한에서 진행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을 때다.
여단 기통수(문서 수발병)가 대대에 가져온 노동신문으로 아침 독보모임을 가졌는데 남조선의 올림픽 단독 개최는 두개의 조선을 조작 책동하려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미제의 두개 조선 조작책동의 일환으로 또다시 남한의 괴뢰정부가 세계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려 한다는 내용이었지만 받아들이는 군인의 입장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독보모임이 끝난 다음 군인들의 얼굴은 뜻밖의 소식에 놀라 경직되어 있었다. 국제적인 큰 행사를 남한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기이한 일인데, 북한에서 공동개최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니 스스로 모멸감을 느꼈던 것 같다.
남한의 올림픽 소식에 사회는 물론 군부도 술렁거렸다. 북한 당국이 이런 분위기의 반전을 위해 제13차 세계청소년축전을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지만 올림픽과 청소년 축제를 비교해 볼 때 의문을 풀 수 없었다.
게다가 남한에서는 88올림픽을 치르고 부자가 됐다는 소문과 북한은 세계청소년축제를 하고 국고가 거덜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남한 정부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던 것 같다. 물론 나처럼 생각하는 군인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모두 관심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다.
부대 정치부에서는 연이은 강연제강을 작성하여 남한 정부에 대한 관심을 막아보려 했지만 91년도 ‘유엔 동시가입’이라는 충격적 사실이 전해지면서 남한 정부를 내심 인정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북한 당국은 ‘유엔 동시가입’에 대해 일체 언론에 알리지 않았지만 남한의 대북방송을 통해 전방부대 군인과 주민이 알게 되었고 입소문으로 급속도로 퍼졌던 것이다.
친한 군인들끼리 모이면 ‘중국이나 소련도 남한이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고 경제적 도움이 커지면서 국가로 인정을 했다’는 말을 했다. 또한 ‘국제적으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보다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더 많이 알려졌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북조선을 모두 북한이라고 하지 조선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당시에는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던 그때 그 말이 한국에 입국하여 생활하면서 깨달은 것 같다.
부유한 경제생활과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이런 민주국가,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하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이런 나라를 괴뢰정부라고 매도한 북한이 끝없이 가엽다는 생각도 했다.
김 부자의 존칭 수사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황천객이 되는 세상, 어머니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가 아니라 여행 신청을 위해 보안서(경찰서)로 달려가야 하는 불편하고 억울한 나라를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더 남한 정부수립이 천만번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한다. 그때 남한이 김일성의 공산통일정부 수립을 격파하고 단독정부 수립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과연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가능했을까? 또 미국이 없었다면 소련을 업은 북한의 공산 세력을 견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윤덕철, 전 인민군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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