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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대의 화선입당과 공산대학 졸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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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6 11:54 1,59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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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는 총참모부 직속 경보병 지도국(현재는 11폭풍군단)과 공군사령부의 항공특전여단, 해군사령부의 해상저격여단, 군단사령부 직속의 경보여단 등 20여만의 특수전력이 있다.
 
나는 1984년 인민군에 입대하여 25년간 특수부대에 복무하였다. 황해남도 안악군 월지리에 위치한 총참모부 직속 60저격여단에서 병사생활을 거쳐 태천군관학교(특수전 장교양성기지)를 졸업하고 특수부대 군사지휘관으로 20여 년간 생활하였다.
 
특수부대를 일명 소부대로 부르는데 주 임무는 적 후방에 투입되어 주요 군사시설물과 군 기지에 대한 습격과 파괴를 비롯한 적후 공작활동이다.
 
이런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의 특성으로 하여 특수부대 대원들은 입대할 때부터 성분과 정치생활경력, 건강 검진을 비롯한 까다로운 선발과정을 거친다. 또한 1년이라는 신병교육훈련을 통해 힘든 정신 육체적 검정과정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특수부대 대원이 될 수 있다.
 
보통 특수부대 선발 대상에 합격하여 입대하는 군인이 10명이라면 1년의 신병훈련과정을 통과하여 정식으로 전투부대에 배치되는 군인은 7~8명꼴이다.
 
2000년도 들어서면서 90년대 경제난과 심각한 식량난으로 성장부진을 겪은 사람들이 대거 군에 입대하면서 특수부대 대상 선발기준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병종에 비해 특별한 군사교육과 훈련을 받는 단위가 이런 특전여단이다.
 
내가 군에 입대할 1980년대만 해도 특수부대에 대한 선호도가 비교적 높았다. 이유는 군 복무경력과 입당, 대학졸업이라는 3대 간부 징표를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조건 때문이었다.
 
특수부대에 복무한 사람들은 특별한 사고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노동당에 입당했고, 또 군을 전역하면 공산대학 졸업증을 수여 받았다. 나도 특수부대 대원으로 일반 병종에 입대한 동기생들에 비해 비교적 어린 나이에 노동당에 입당하였다.
 
특수부대원들은 대부분 화선입당으로 노동당에 입당하는데, 나도 전투정치훈련에서 모범군인으로 인정받아 화선으로 입당하였다.
 
화선입당은 1년의 후보당 생활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당원이 되는 것인데, 특수부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인센티브 제도다. 화선입당자로 선정되려면 일상생활도 잘해야 하지만 기본은 훈련을 통한 전투력 인정이다.
 
특수부대의 훈련에는 산악강행군, 낙하훈련, 야생훈련과 같은 부대자체 훈련도 있지만 부대끼리 실전에 가까운 쌍방훈련과 같은 힘든 훈련도 있다.
 
화선 입당자가 제일 많이 배출되는 훈련은 실전에 가깝고 강도가 제일 강한 쌍방훈련이다. 9명으로 구성된 1개 조에서 상대 부대의 전방지휘소나 포, 탱크집결소, 보급기지, 탐지소와 같은 주요 시설물을 지정된 시간에 접근하는 것이 임무다.
 
한 개 조에는 보통 4~5개의 공격 목표가 주어지는데 작전조는 집중과 분산전술로 공격목표에 대한 임무를 분담한다. 1~2명에서 감당할 수 있는 대상을 선차타격하고, 집중공격으로 수행할 목표는 차후대상지로 선정하는 것이 상례다.
 
나는 1987년 2월, 61저격여단과의 쌍방훈련에 참가하여 훈련공적을 인정받아 화선입당의 ‘영예’를 지녔다.
 
쌍방훈련은 보통 홍군과 청군으로 갈라 진행하는데, 우리 60저격여단은 ‘홍군’이었고, 61저격여단은‘청군’이었다. 작전임무는 상대의 야전 및 전방지휘소와 집결소들을 격퇴하고 유색역량을 완전 소멸하는 것이다.
 
부대는 공격과 방어를 위해 편성하였다. 대부분 신입대원들은 공격조에 편입되기를 희망하며 구대원들은 방어조에 편성되기를 좋아한다. 이유는 방어보다는 공격에서 개인의 전투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방어는 개별 임무보다는 집체 행동을 기본으로 작전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공격은 대상지에 따라 개별임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내가 속한 조는 4개 대상지를 점령하는 임무를 받았다. 조장은 2~3명으로 분산하여 동시에 대상물을 공격할 것을 명령하였다. 내가 맡은 대상은 61여단 6대대 통신지휘소다. 통신지휘소에 은밀히 접근하여 딱지를 부착하면 끝난다. 작전 기간은 6일간이었다.
 
나는 대원 1명과 함께 통신지휘소를 4일 만에 점령하고 다른 팀에서 수행하지 못한 수원지까지 점령하는데 성공하였다. 나는 훈련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4월에 화선입당으로 노동당 정당원이 되었다.
 
훈련에서 승리한 군인은 입당과 포상휴가와 같은 인센티브가 주어지지만 성공하지 못한 군인들에게는 혹독한 비판과 처벌이 뒤따른다.
 
이런 경쟁심으로 목숨을 잃은 대원들도 많다. 대부분 쌍방훈련은 추운겨울에 진행하는데 눈 속에서 잠복을 서다가 잠이 들거나 찬 물속에 몸을 숨기다 동사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화선 입당하는 그해 겨울 쌍방훈련에서도 4명의 대원이 동사로 사망했다.
 
특수부대에 대한 정치사상교양은 다른 부대에 비해 매우 강도 높게 진행된다. 교육방법과 내용도 다르다.
 
특수부대는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공산대학 교육과정안을 그대로 적용한다. ‘주체철학’, ‘정치경제학’,‘혁명력사’, ‘노작’, ‘미일침략사’, ‘남조선혁명론’ 등 대학의 정치과목 전체가 그대로 전수된다.
 
특수부대 여단 선전부에는 공산대학 교육을 위한 지도과가 별도로 개설되어 있다. 과장, 지도원 편제를 두고 있으며 산하 대대에 각각 3명의 교원편제를 두고 관리한다.
 
대대에 파견된 공산대학 교원들은 책임교원 1명과 일반교원 2명인데, 철학과 정치경제학과 같은 전문 과목을 각기 담당하여 진행한다. 교원들은 대부분 김일성정치대학 졸업생과 사회 공산대학을 졸업하고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다. 계급은 모두 소좌(소령), 중좌(중령) 급이다.
 
수업은 대학수업처럼 ‘김일성·김정일 혁명력사 연구실’이나 군인회관에서 진행하며 야외훈련을 진행할 때에는 현장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공산대학 교육이수자들은 대부분 노동당에 입당한 구 대원(고참)으로 편성되는데, 보통 6년차부터 8년차 복무생들이 추천된다.
 
만 13년이라는 특수부대 복무기간과 공산대학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면 전역할 때 공산대학졸업증을 수여하는데 사회에서도 그 대학졸업증을 인정하여 간부대상자로 지정한다. 일반 병종은 전역하면 해당지역의 노동과 대상으로 배치되지만 공산대학 졸업증을 수여받은 특수부대 전역생들은 해당지역 당기관의 간부과 대상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특수부대를 졸업하고 공산대학 졸업증을 받고 사회에 진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당 간부로 등용되지 못하면 공산대학졸업증의 의미가 별로 없다.
 
80년대까지는 그래도 공산대학 졸업생들을 위주로 당 간부를 양성했는데, 과학기술발전 추이에 따라 당 간부양성 기준이 공과대학과 공산대학 동시 졸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되는 경제난으로 간부 징표에 대한 사회적 관심보다는 물질위주의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특수부대 입대는 최악의 조건으로 간주하고 거부하는 풍조가 생겼다.

<박영춘, 전 인민군 중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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