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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관의 화선입당 (후보당원과 정당원)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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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15:57 1,57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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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대대에서 추천된 8명 중에서 2명은 여단 당위원회 집행위원회에서 정치학습 질문에 답하지 못하여 입당 준비가 미진하다는 판정을 받고 다음 순위로 밀렸다.
 
후보당증을 수여받고 여단을 떠나 부대로 돌아오는 순간만큼은 하늘에 나르는듯한 기분이었다. 몸에 착용된 당증을 몇 번이고 만져보기도 하고, 오는 길에 맞닥뜨린 군인들을 향해서도 내가 먼저 거수경례를 했다.
 
당증을 받고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부모님이었다. 북한에서는 자식이 당에 들었다는 소식만큼 부모님에게 기쁜 소식은 없다.
 
출신 성분이 그리 좋지 않은 부모들인 경우 자식의 입당은 평생 소망과도 같은 것이다. 부대에 도착하니 중대정치부에서 앞마당에 군인들을 모아놓고 축하 연도를 조직했다. 꽃목걸이도 걸어주고, 김일성・김정일 교시말씀록과 주당생활총화 노트도 기념으로 주었다.
 
이렇게 나의 당 생활은 시작되었다.
 
당원으로서의 실감은 주당생활 총화를 할 때다. 주마다 진행하는 주생활총화는 당 조직과 청년동맹 조직으로 나뉘어 별도로 진행한다. 청년동맹 생활총화는 병사와 하사관 출신의 비당원 전체가 모여서 진행하였고 당원들은 중대장과 중대정치지도원을 비롯한 중대 장교들과 당원하사관들이 모여 진행한다. 

당 생활을 시작하면서 제일 곤욕스러운 것은 상호비판이다.
 
주당생활총화는 일주일간 나타난 자신의 결함에 대해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과 김일성・김정일의 교시 및 지시에 비추어 자아비판과 동시에 동지비판(상호비판)을 반드시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세포에서 제일 나이가 어리고 모든 당원들이 나보다 직책상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비판 대상을 물색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래 연령의 당원이 생기기를 학수고대하는 이유가 바로 상호비판 대상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동갑내기 당원 차원철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다. 그의 상호비판 대상자 역시 내가 고정이다. 하지만 당 조직에서는 당원의 의무를 거론하며 고정 대상에 대한 상호비판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번 3소대장을 당 생활총화 때 비판했던 적이 있었다. 부대에서는 키가 커서 ‘꺽다리 소대장’으로 통한다.
 
그런데 갱도공사에 동원되었던 3소대에서 탈영병이 발생하여 중대에 비상이 걸렸던 적이 있었다. 모든 당원들이 3소대장에 대한 질타의 비판을 쏟았다. 나도 이럴 때 해도 괜찮나 싶어서 소대장의 인원관리 문제점에 대해 상호비판을 조심히 했다.
 
며칠 후 3소대장이 대대 직일장교로 임명되었다. 저녁 대열점검(검열)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3소대장이 병실에 들어선다. 우리 분대 쪽으로 오더니 바로 군복 정돈으로 시비를 걸었다.
 
“1분대 기상!”
 
잠을 청하던 분대원들이 급기야 일어났다. “잠잘 준비! 기상! 잠잘 준비! 기상” 반복훈련은 1시간 정도 계속되었다. 규정에는 이기는 놈 없다. 분명 상호비판에 대한 억한심정이 있어 트집을 잡는 줄 뻔히 알지만 규정을 놓고 따지니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음날 아침 꺽다리 소대장을 만났다. “소대장 동지! 죄송합니다. 마음 푸십시오”하고 말을 건네니 소대장은 “네가 날 비판했다고 그런 거 아니야. 잘못했으면 비판 받을 수도 있지 뭐. 너의 분대도 잘못해서 벌을 받은 거야” 하는 것이다.
 
할 말이 없었다. 경례를 하고 돌아서는데 꺽다리가 소리쳤다. “분대장! 앞으로는 사전에 보고 좀 하자”
 
이 일이 있은 후로는 상관들에 대한 비판은 일체 하지 않았다.
 
- 끝 -
 
<조신원, 전 인민군 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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