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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전문가논단

시: 숨쉬는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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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2014-09-22 16:25 1,85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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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끼를 굶었느냐 몇 달을 굶주린 것이냐
뼈에 가죽뿐인데 숨은 쉬고 눈은 껌벅 이구나.
 
지금은 20세기 너는 몇 세기 사람이냐
현대에 숨 쉬는 미라
원했던 것이더냐 누구의 짓이더냐
입은 있으나 소리는 없고 입만 벙긋 이네.
 
곡기 입댄지가 기억 속엔 있느냐
물이라도 실컷 먹어는 보았느냐
왜정 때도 아니요 그 전에도 아니요
굶주린 사람은 많았어도
떼 지어 굶어죽고 무리지어 미라 된 적은 없구나.
 
300만, 넌 대체 무슨 숫자이더냐
그냥 숫자일 뿐이더냐 아니면 사람 목숨 값이더냐
전쟁도 아니요 자연 재해도 아닌데
300만 명, 이 말이 실감이 안 나는구나.
 
그 속엔 내 부모도 친구의 자식도 형제도 있으니
거짓도 아니요 미래도 아니요
나라가 없는 것도 아니요 민족이 없는 것도 아니요
살인마 독재자 만난 것이 죄 이더라.
 
하늘도 죽은 영혼 숫자인가 별들은 촘촘하고
땅은 지옥인지 시체들뿐이구나
전쟁터도 아닌데 여기저기 널려있는 시체들
이곳이 지옥이냐 인간 세상이더냐.
 
죽은 자 술 석잔도 안 붓고 옷, 신발 벗겨가니
너 또한 다음날 길가에 누워 있는구나,
이것이 저주인가 천벌인가
죄는 김 부자가 짓고 벌은 백성들이 받는구나.
 
누가 입 있으면 말 좀 해다오,
잘못 말한 몇 마디 다음날 사형장에 이슬 되고
온 가족 수용소에 갇히니 이렇게 살아선 무엇 하랴,
이왕지사 죽는 것 다 같이 어깨겯고 시위라도 하려만
나 죽는 것 겁 없지만 나로 인해 내 자식 내 부모 다 죽으니
소리 없이 가슴만 치는구나. 
 
                                                              지은이 "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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