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정치조직과 우상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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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정치조직은 당 조직과 청년동맹 조직, 정치보위조직이다. 당 조직과 청년동맹조직은 합법적 및 공개 활동 조직이며 정치보위조직은 합법적 및 비공개활동 조직이다. 당 조직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인민군당위원회, 군단 당위원회, 사단 당위원회, 연대 당위원회, 대대 초급당위원회, 중대 당 세포, 소대 당 분조에 이루는 정연한 조직체계로 구성된 군의 핵심역량이다. 군의 청년동맹 조직은 김일성사회주의 노동청년동맹위원회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반 사회와 분리되어 총정치국 청년동맹사업부에서 총괄한다. 총정치국 청년동맹사업부, 군당 청년지도부, 사·여단 청년동맹 지도과, 연대 청년동맹위원회, 대대 청년동맹위원회, 중대 초급동맹 위원회, 소대 초급단체 위원회, 분대 청년동맹 분조의 조직구성을 이루고 있다.
모든 간부들과 당원은 당 세포에 망라된다. 김정일· 김정은도 소속된 당 세포조직이 있고 군단 정치위원과 하부 말단의 당원도 소속된 세포조직이 있다. 간부는 간부끼리 별도의 당세포를 구성하여 정상적인 당 생활을 진행하고 총화 받는다. 세포 당 생활은 직위여하를 불문하고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규칙이고 법이다.
북한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노동당원 수는 320만 정도이다. 1980년 10월 제6차 당 대회에 참가한 당대표 중 결의권 대표수와 결의권 대표의 선출비율을 감안하면 당시 당원 수는 대략 32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이를 기준으로 1개 세포 당 평균 당원수를 15명으로 계산하면, 당시 당 세포 수는 21만개 정도 조직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노동당 규약에 의하면 조선노동당은 ‘민주주의 중앙집권제 원칙’에 의하여 운영되며, 외형상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당 규약보다는 ‘김일성동지의 당’이라는 것을 더 많이 강조한다. 당원은 당 조직에 복종하고, 모든 당 조직은 당중앙위원회에 절대 복종하도록 되어 있으며 당중앙위원회는 수령의 유일사상체계와 영도체제를 생명으로 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이 당의 역할규정을 ‘혁명의 참모부’로 표현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쉽게 말하면 당에서 수령은 최고사령관이고 당은 사령관의 명령과 지시를 집행하는 참모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청년동맹원의 수는 700만이다. 청년동맹 군인 수는 현재 현역군인 120만 기준으로 80만으로 추종하고 있다. 기본 전투단위인 중대인원을 놓고 볼 때 당원과 청년동맹 비율은 1:5 정도이다. 또한 극히 일부분의 소대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군 간부와 장교는 노동당원이다. 청년동맹조직은 초급단체와 초급분조의 말단 세포조직을 가지고 있다. 산간초소의 독립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을 제외하고 당원이 아닌 대부분의 군인은 초급단체 동맹에 소속되어 있다. 중대 초급위원회 위원장인 경우라도 당원이 아니라면 산하의 어느 초급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초급위원장의 직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청년동맹 간부의 대부분은 당원이다.
정치보위조직은 군의 보위총국(보위사령부) 산하의 조직으로써 군단보위부, 사단보위부, 연대보위부, 대대보위지도원의 지도 부서를 두고 호송을 위한 무장소대와 비밀 정보원으로 조직망을 구성하고 군인들의 정치동향에 대한 감찰업무를 수행한다.
북한은 노동당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교육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북한군의 정치 사상교육은 당 중앙의 직속기관인 총정치국에서 전반적인 교육계획을 수립하여 하달하고 있다. 즉 총정치국 산하에 있는 전문기관에서 사상교양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고 당 조직과 청년동맹 조직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교육일정 수립과 교육 자료의 제작, 배포, 총화, 통제 등 모든 것을 당기관이 책임지고 집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사상교육을 담당하는 정치장교의 권한을 군 지휘관보다 높여 지도와 감독, 통제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총정치국은 정치사상교양의 거점으로 부대별로 혁명전통 연구실과 학습 교양실을 운영하고 있다. 북한군은 중대급 단위까지 전 부대에 혁명전통 연구실과 학습 교양실을 설치하여 운영한다. 이러한 공간에는 김일성 및 김정일의 업적과 우상화 선전물과 각종 교재 및 시사 자료까지 비치해 놓고 있고 영상스크린과 유선방송 설비도 갖추고 있다.
북한군은 정치사상교육을 정치훈련으로 표현하며 모든 군사교육과 훈련보다 최우선으로 진행하는 원칙에서 편성하여 시행하고 있다. 북한군의 정치사상교양에서 핵심은 수령 우상화교육이다. 북한군은 수령결사옹위정신을 군의 기본 정신으로 규정하고 있다. 군 복무 10년간 어느 하루도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교육을 받지 않는 날이 없다. 설령 휴일에 외출승인을 받고 거리에 나왔다고 해도 거리의 곳곳에 설치한 유선방송이나 도시를 누비는 방송차량으로부터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내용을 듣는다. 산판을 가도 대형 구호가 있고, 골목에 들어서도 있다.
김일성·김정일 사상학습, 혁명전통 학습, 위대성학습을 제외하고도 사회주의 애국주의, 군민관계, 상하 일치, 혁명적 동지애, 대적교양 등에도 반드시 등장하는 김일성·김정일이다. 사회주의를 사랑하려면 사회주의 시조인 김일성을 알아야 하고, 군민관계를 잘하자고 해도 김일성· 김정일이 보여준 모범을 따라야 한다고 되어 있다. 모든 사고와 행동을 김일성과 김정일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김일성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 기상!’이라는 구령에 일어나 옷을 주저입고 신발에 발족을 끼고 병영 밖으로 나가는 순간 보이는 것이 병영 앞에 새긴 ‘최고사령관 동지를 위하여 한 목숨 바쳐 싸우자!’라는 대형구호이다. 분대가 모여 화장실에 갔다 와 운동장에 모여 체조를 하면서도 ‘일심단결’을 외쳐야 한다. 부대 주변에 대한 청소작업을 하면서도 부대 유선방송으로 불어대는 김일성·김정일의 위대성 방송을 청취해야 한다. 아침검사를 마치고 식사대열에 서면 제일 먼저 부르는 노래가 ‘무장으로 받들자 우리의 최고사령관’ 노래이다. 식사를 마치고 군사 상학실(교육실)이나 김일성· 김정일 교육실에 모이면 독보시간을 갖고 우상화교육을 받는다. 매일 빠지지 않고 진행되는 정치상학시간에는 김일성· 김정일의 사상과 업적을 배워야 하고 중이 염불 외우 듯 암기해야 한다. 점심밥을 먹고 30분간 진행하는 ‘덕성발표모임’에 참가하면 또 김일성· 김정일이다. 훈련장으로 나가면 ‘21세기 태양 김정일 장군!’이라는 구호가 제일 먼저 보인다. 훈련이 끝나 무기청소를 하면서도 조선인민군 공훈합창단의 수령창가를 듣게 된다. 게다가 주 1회 진행하는 정치조직생활 총화에 참가하여 한 주간의 충실성 검증도 받아야 한다. 이런 나날은 10년간 반복된다.
이와 같은 집요하고 치밀한 김일성·김정일의 우상화교육은 군인들이 부모와 자식을 위해 죽기보다 수령을 위해 죽는 것을 더없는 행복과 영광으로 생각할 만큼 굴종의 정신세계를 낳았고 최후를 맞으며 ‘김일성·김정일 만세!’를 부르는 수많은 충신과 영웅을 배출했다. 하지만 90년대 극심한 경제난에 따른 식량난과 생활고를 겪으며 북한당국의 수령 우상화는 실제적인 충성과 복종의 유도보다는 주민과 군인의 삶의 요령과 방법으로만 체득되고 있다. 낮에는 수령만세를 부르며 사회주의를 지켰고, 밤에는 돈 만세를 부르며 물질 중심의 생활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현재 수령에 대한 우상화교육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정치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일성의 우상화는 항일과 전쟁승리라는 역사적 로드맵을 가졌고 김정일은 사회주의 건설과 부흥이라는 70년대의 역사내용을 전제했다. 하지만 90년대부터 시작된 극심한 경제난은 김정일에 대한 주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우상화교육은 폭압과 공포정치로 강제되고 집행되는 과정에 사회적 불만은 더 가증되었다. 김정일의 급작스러운 사망과 김정은의 부상은 수령이 인민을 영도하는 지도자라는 우상을 깨고 인민위에 군림하는 왕족이라는 인식을 주는데 충분한 것이다.
김정은의 신정부 역시 수령에 대한 우상화교육을 정치사상교육의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수령보다는 왕족인식으로 김정은은 김일성을 시작으로 시작된 수령 우상화의 중심인물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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