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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김정은, 호랑이 잡는 고슴도치인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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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3-01-30 15:51 83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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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발악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강도 높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자 우리나라를 인질로 미국을 협박하고 있다. 지난 24일 북한은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장거리 로켓과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시험도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고 위협했다.

이튿날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남한이) 유엔 제재에 직접 가담하는 경우 강력한 물리적 대응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제재는 곧 전쟁이고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요, 후안무치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딱 그 꼴이다.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일을 저지른 놈이 먼저 성을 내기 시작하면 염치는 간 곳 없고 체면은 실종된다. 남는 것은 악다구니뿐이다.

북한이 그 모양새다. 잘못은 제가 저질러 놓고 짐짓 모든 책임은 항상 남에게 덮어씌우며 ‘너 죽고 나 죽자’며 길길이 뛴다. 고질병으로 굳어진 북한의 이런 못된 행태에서 우리는 적반하장과 후안무치의 전형을 본다.

전라도 사투리로 ‘째비’라는 말이 있다. ‘감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갈치고 협박하는 일 빼놓고는 ‘째비’가 안 되는 북한이 세계 10대 경제대국 한국을 향해 위협하고 초강대국 미국을 겨냥해 공갈치는 무모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북한의 신문과 방송 등 선전매체에는 고슴도치 동화가 자주 등장한다. 동화는 북한을 고슴도치에, 미국을 호랑이에 비유하면서 고슴도치의 가시털(핵·미사일)로 호랑이의 접근 방지를 암시한다. 백수의 왕 호랑이인 미국도 고슴도치의 가시한테는 어찌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핵과 미사일에 기대어 체제를 유지하려는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북한 주민 사상교육에 자주 활용된다.

그 원전은 물론 동화 ‘뱀과 고슴도치’에 근거한다. 눈 내리는 초겨울, 추위에 떨며 숲을 헤매던 고슴도치가 겨울잠 채비를 끝낸 뱀의 구멍을 발견하고 기어 들어가 얼어 죽을 것 같으니 잠시만 쉬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러자 뱀이 좁아서 불편하겠지만 참아보자며 허락한다.

그러나 뱀은 고슴도치 가시가 살갗을 찔러대 견딜 수가 없다. 뱀은 가시를 피해 몸을 움츠리고 움츠리다 결국 구석으로 밀려나고 고슴도치가 온 방을 차지한다. 눈이 그쳐도 고슴도치는 나가지 않는다. 참다못한 뱀이 고슴도치더러 이젠 나가달라고 한다. 그러나 고슴도치는 버럭 화를 내며 뱀더러 나가라고 한다.

실제로 고슴도치는 위협을 받으면 등에 난 약 5000개의 가시털을 곧추세우고 몸을 둥글게 움츠린다. 그래서 호랑이도 고슴도치는 잡아먹을 엄두를 못 낸다. 끝이 갈고리 모양인 고슴도치의 가시털은 한번 몸에 박히면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점점 더 깊이 들어간다. 그만큼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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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사한지 13시간만에 북이 공개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 장면. ⓒ연합뉴스

동화 ‘뱀과 고슴도치’에서 우리는 북한의 모습을 본다. 2005년 2월 10일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정일이 어린 시절 들려줬다는 '호랑이를 이긴 고슴도치' 동화를 자주 인용한다. 호랑이가 고슴도치에게 꼼짝 못하듯 미국이 북한에 '절절 기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고슴도치 전법은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나를 잡아먹으려면 엄청난 고통을 치러야 한다'는 백색 공갈 협박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를 역임했던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책에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여우가 큰 것 한 가지를 알고 있는 고슴도치에 번번이 패한다’고 적고 있다. 여우는 여러 방법으로 고슴도치를 처치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고슴도치는 자신의 몸을 움츠리고 가시를 곧추세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반면, 여우는 고슴도치의 전략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북한 정권도, 이사야 벌린도 하나만 알지 둘은 모르고 있다. 그들은 고슴도치의 또 다른 측면을 놓치고 있다. 고슴도치는 가시털은 갖고 있지만 가시털 때문에 외톨이가 된다. 염세주의 철학가 쇼펜하우어는 이를 ‘고슴도치 딜레마'로 표현한다. 혹한 속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끌어안으면 가시털에 찔려죽고 떨어져있으면 얼어 죽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고슴도치는 외톨이가 되고 외톨이는 외롭다.

백수의 왕 호랑이가 가시털 때문에 고슴도치에게 왈칵 덤벼들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호랑이가 선뜻 물러설 리 없다. 미국은 북한이 구사하고 있는 고슴도치 전법을 꿰뚫고 있다. 북한이 아무리 핵 공갈을 치고 미사일 협박을 해도 좀처럼 싸움에 말려들지 않는다. 대신 대북 제재로 봉쇄의 포위망을 좁혀간다. 가시를 곧추세우고 몸을 움츠린 고슴도치가 외톨이가 되어 먹이를 구하지 못해 결국 굶어 죽어가듯,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아로 남는다면 언젠가는 고슴도치 신세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하루 연명하기도 어려운 북한이 툭하면 가시털을 곧추세운다. 그리고 가시에 찔릴까봐 상대가 움찔하면 그때마다 활동영역을 조금씩 넓혀간다. 북한은 10년 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후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 조치에도 꾸준히 핵개발을 추진해왔다. 뱀 구멍을 차지한 동화 속 고슴도치의 모습 그대로다.

북한이 고슴도치 전법을 버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이를 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되는 평양 고슴도치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장공이 사냥길에 이상한 벌레 한 마리가 앞다리 두개를 치켜들고 수레를 막아서는 것을 보고 마부에게 물었다.

“이놈이 무슨 벌레이기에 이토록 당돌한가?”

마부가 답했다.

“사마귀란 곤충인데 앞으로 나갈 줄만 알지 물러설 줄은 모릅니다. 제 힘은 요량도 못하고 대드는 놈입니다.”

마부의 답을 들은 장공은 “이놈이 군사였다면 천하의 용사가 되었을 터인데…”하며 수레를 뒤로 물려 피해갔다.

제나라 장공은 사마귀를 기특하게 여겨 이를 피해 갔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의 수레는 사마귀를 깔고 넘어갈 것이다.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이 핵 개발에 매달리며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자 이튿날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북한의 정권교체뿐’이라고 지적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국은 지난 25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대북 원조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에는 “더 이상 북한에 퍼주기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원조가 끊기면 북한은 ‘끈 떨어진 갓’이요, ‘물 먹은 토담 벽’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단합해야 한다. 북한의 대남 공갈과 협박은 예상된 수순이다. 북한의 협박에 위축돼선 안 된다.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 함부로 남의 영역에 기어 들어와 가시털로 상처를 입히는 데 재미를 붙인 고슴도치를 온몸의 상처를 각오하고 다시는 가시털을 세울 수 없도록 호되게 내리쳐야 한다.

글/김영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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