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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국전쟁 소련군 참전 노골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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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치부를 러시아 국영매체가 또 들춰냈다.

9일 러시아 국영 러시아의소리(VOR) 방송은 같은 날 평양에서 '승전기념일' 헌화식이 열렸다고 보도하며 평양에 세워진 '해방탑'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소련군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설물이라고 밝혔다.

​VOR에 따르면 헌화식에는 북한 국방위원회 및 외무성 대표단이 참석했다.

모란봉 공원에 세워진 해방탑은 기존까지 일제(日帝) 식민치하 종식을 위해 북한에 입성한 소련군을 추모하기 위한 시설물로 알려져왔다. 북한 세습독재 집단도 1945년 8월 24일 소련군 공수부대가 평양에 낙하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는 식으로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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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해방탑>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1년 8월 25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다. 당시 매체는 러시아 대표단이 방북(訪北) 후 대성산 혁명열사릉과 해방탑을 찾아 화환을 진정했다며 이들이 '조선해방전투'에서 전사한 소련군 군인들을 추모하고 묵상했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이 소련군의 한국전쟁 참전을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전을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조선해방전투(한반도 내에서의 소련군의 일본군 공격)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VOR의 이 날 보도는 이를 전면부정하는 것이 된다. VOR은 분명한 어조로 "조국해방전쟁(한국전)에 참전해 전사한 소비에트 병사들을 기념해 북한 정부가 모란봉 공원에 해방탑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평양국립묘지에 ​소련군 장병들의 유해가 묻힌 점도 밝혔다. VOR은 "1945~50년 북한에서 전사한 소비에트 병사들과 가족(총 745명)이 묻힌 평양국립묘지에서도 헌화식이 열렸다"고 전했다. VOR이 언급한 평양국립묘지는 혁명열사릉으로 추정된다.
 
소련군의 한국전쟁 참전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 2010년 6월 국방부 '6.25전쟁 제60주년 기념사업단'은 중국 뤼순항이 한국전쟁 기간 소련군 전진기지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사업단에 따르면 이 곳에서 잠수함 등이 운용됐으며 A-20 쌍발 경폭격기와 IL-12 수송기가 발진했다. 실제로 미군(美軍)은 소련 항공기를 격추하고 잠수함을 격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러시아와 북한은 철저히 침묵으로 대응해왔다. 미국과의 전면 충돌을 우려했던 스탈린은 참전을 극비로 부쳐왔으며 이후 소련공산당 수뇌부도 함구해왔다. 북한도 중국의 소위 '인민지원군'만 언급할 뿐 소련군 참전 유무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세기가 지나서야 러시아가 참전 사실을 실토하는 이유는 근래 우크라이나-크림 사태를 둘러싸고 본격화되고 있는 신(新)냉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최근 '최후통첩'을 언급할 정도로 미국과 극한의 대치상황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유럽 국가 및 한일(韓日) 등과 협력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신냉전의 일환으로 러시아는 탈(脫)중국화를 노리면서 미국과의 수교에 사실상 실패한 북한 독재집단을 끌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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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 소방차를 무상기증하는 등 러시아는 연일 구애의 손길을 뻗고 있다. VOR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도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비공식 지지했다>
 
 
크림 합병을 한국이 반대하자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논리를 펼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북한을 통제함으로써 한미(韓美)와의 외교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김정은 집단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모스크바에 위협이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정선에서 지원하면서 "우리는 북한과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대러(對露)제재 강화 시 어떤 일이 발생할 지 모른다"는 식으로 한미를 견제할 수 잇다.

그러나 '신용도 0%'인 김정은을 영향권 아래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그가 변심하고 탈(脫)러시아화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러시아는 소련군의 한국전쟁 참전을 공개함으로써 러시아와 북한이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대외에 부각하고 미북 수교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려 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으로서는 '적의 친구는 나의 적'이라는 논리에 입각해 러시아에 대한 분노를 김정은 집단에까지 전가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도 러시아와 유착하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의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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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시기 중공군 앞에서 위문공연 중인 북한 예술단. 공식적으로 참전한 중공군 사진과 달리 소련군 참전 사진은 찾기가 매우 힘들다>
 
 
다만 러시아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점이 있다. 이미 김일성 시대부터 '주체사상'을 통해 독자노선을 지향해 온 북한 독재정권은 지금도 정신 못 차리고 '우리식 사회주의' 운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의 영향권에 종속되어 중국의 '핵우산' 지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김일성이 핵개발을 진행한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은 한 명의 독재자, 한 개의 가문이 세습해서 지배하는 곳이며 따라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세계적 지도자'라는 망상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제로 북한 독재가문이 '태양' '세계가 흠모하는 지도자' 등 스스로에게 갖다붙이는 수식어를 보면 이러한 사실을 어렵지않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첫 공산권 독재자인 스탈린조차 하지 않았던 행동이다.

이러한 북한 세습독재 집단에게서 영구적인 동맹관계를 바랄 수는 없다. '한반도 정복과 세계 일류급 지도자 등극'이라는 망상적 여정에서 러시아가 필요없다고 판단될 시 언제든 파트너를 갈아치울 수 있는 것이 김정은이다. ​

러시아가 북한 WMD 개발을 적정선에서 막으려 해도 쉽지 않다. 90년대 초부터 미국까지 속여가며 핵개발에 성공한 북한 호전세력이다.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에서 전략적 의미를 잃게 된다면 호전적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김정은은 언제든 이 핵무기로 모스크바를 겨냥할 수 있다.

이 경우 러시아는 극도의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국방이라는 것이 0.1%의 가능성이라도 대비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0.1%의 가능성으로 북한 핵탄두가 모스크바를 직격할 경우 러시아는 국가 존립이라는 위기를 맞게 된다. 반(反)푸틴 세력의 내란 등 정치적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반세기 동안 북한과 동맹 관계였던 중국이 기를 쓰고 북핵(北核)을 반대한 까닭이다.
 
[겨레얼통일연대 NK사이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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