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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2의 중국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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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김정은 독재집단과의 유착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일 러시아 국영 러시아의소리(VOR)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구소련 시절 북한에 제공한 전체 차관 중 90%를 탕감하는 비준안에 서명했다.
 
이로서 김정은 집단은 약 100억 달러(약 11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갚아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나머지 10%(10억9천만 달러)는 향후 20년간 40회에 걸쳐 러시아 대외은행 계자로 분할납부하게 된다.
 
탕감의 대가로 김정은 집단은 북한의 러시아 종속화에 합의했다. 양 측은 에너지 분야 등에서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는 최근 연방 소속 타타르스탄 공화국을 앞세워 김정은 집단과 함께 북한 내 석유탐사에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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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 대표단을 접견 중인 김일성(오른쪽에서 3번째)>
 
 
북한의 러시아 종속화는 한반도 정세에 큰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우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김이 약화된다. 중국은 여러 차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하는 등 북핵(北核)만큼은 서방 측과 공조하며 폐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북러(北露)의 공조가 본격화될 경우 중국의 입김은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러시아는 러시아 대로 북한을 앞세워 한미(韓美)와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견제할 수 있다.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적정선에서 은밀하게 지원하면서 "우리는 북한 WMD를 반대하지만 서방 측이 대북 압력을 지속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 지 모른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김정은 집단의 탈(脫)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70~80년대 개혁개방을 이룩한 중국은 북한에 누차 중국식 개혁개방 수용과 세습독재 중단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세습독재에 혈안이 된 북한 독재정권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92년 한중(韓中)수교는 양 측 관계를 결정적으로 파탄시켰다. 당시 김일성과 실질적 권력자였던 김정일은 중국과의 동맹 단절을 공식 발표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1년 전인 91년 발발한 1차 이라크 전쟁(걸프전)은 북한 독재집단이 미국과의 수교를 꿈꾸게 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목격한 그들은 "미제(美帝 침략자" 따위의 선전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미국에 구애를 보냈다. 2000년에는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었던 조명록을 워싱턴에 파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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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당시 쿠웨이트 상공을 비행 중인 美 공군 F-15 편대. 당시 후세인은 약 60만에 이르는 대군(大軍)을 동원했지만 슈워츠코프 사령관이 이끄는 미국의 군사력 앞에 여지없이 패배했다. 이후 미국은 아프간·2차 이라크 전쟁 등지에서 불과 1달도 안 되는 시간에 정규전을 종결시키고 후세인을 처형하는 저력을 보였다. 북한 독재집단이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혔음은 당연하다>
 
 
핵개발도 외교적 수교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시 무력으로 미국을 위협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물론 유사시 남한에 대한 핵공격 의도도 있다).
 
미국 사회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사회다. 국민이 북핵 위협 앞에 공포를 느끼고 각종 시위를 통해 행정부와 의회에 압력을 넣으면 대통령과 여당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앞서 전례가 베트남 전쟁(월남전)이다. 기나긴 전쟁에 지친 미국민들은 대대적인 반전(反戰)시위를 벌였으며 결국 당시 행정부는 월남에서의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이처럼 미국과의 기나긴 수교 노력을 기울였지만 근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전은 없다. 오히려 오바마 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주한미군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경고하는 등 압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도 시진핑 정부 들어 한국과의 관계를 더욱 밀착시키면서 북핵 폐기 압력을 높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여러차례 우회적으로 북한 독재집단을 비판한 바 있다.
 
결국 김정은 집단에게 남은 것은 러시아 뿐이다. 새로운 스폰서(후원자)를 필요로 하는 김정은 집단과 소위 '구소련 영광'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북러 양 측의 밀착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이다.
 
다만 희망도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러시아는 '제2의 중국'의 전철을 밟는 듯 하다.
 
VOR은 6일 러시아 출신의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칼럼을 실었다.
 
란코프 교수는 '조선, 뇌물 관습은 미덕이다' 제하 칼럼에서 "북한의 뇌물 관습은 예외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며 애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결론에서는 "불합리한 옛 금지 법안들이 사라지면 뇌물 관습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VOR은 국영 매체로서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러한 매체가 북한 실정에 비판적인 칼럼을 여과 없이 실었다는 것은 곧 푸틴 정부가 북한의 변화, 즉 내정 간섭을 꾀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png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은하3호. 북한 독재집단에게서 '이성적 사고'란 찾아볼 수 없다. 예측불허의 시기에 대규모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 근대 인류역사상 이 같은 '막장행보'를 걷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사실 북한의 '막장스러운' 실정은 푸틴 정부에게도 부담이다. 중국이 과거 북한에 개혁개방을 촉구한 것도 북한 독재집단의 무능함과 탐욕, 그리고 현저하게 질 낮은 정치가 자국에 큰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걸핏하면 중국에 현금과 식량, 석유를 요구하면서 그 물자를 유흥비와 대외 폭주에만 이용했다.
 
그 결과 북한 독재집단은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악의 축'이 되었으며 북한 내부는 언제 시민혁명이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막장'이 됐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외교적 계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물불 안 가리는 대외 도발, 그리고 북한 붕괴 가능성은 러시아에게도 큰 부담이다. 러시아로서는 적정선에서 제동을 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독재집단이 러시아의 요구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0%'라고 봐도 무방하다. 1950년대부터 반세기 넘게 혈맹(血盟)관계를 맺어온 중국까지도 헌신짝 버리듯 저버리는 김정은 집단이다.
 
일말의 양심도 없는 그들이 '1인 독재'를 반대한 흐루시초프 시대부터 단교하다시피 했다가 이제 막 다시 관계를 복원한 러시아의 요구에 응할 이유는 없다. 중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마지막 '단물'까지 모두 빨아낸 뒤 필요없다 여겨지면 그대로 관계를 단절할 것이다.
 
97년 망명한 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표현을 빌자면 북한 독재집단은 '음모 꾸미기'에서 가히 세계 일류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상 최악의 공포정치로 북한 내부를 철저히 단속하고 있으니 이에 비례해 역량이 '대외 음모'에만 치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푸틴 정부는 "우리는 중국과 다르다. 우리는 북한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자만에 차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돌이켜봐야 한다.
 
90년대 초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력을 보유한 미국 행정부를 감쪽같이 속이면서까지 핵개발을 지속하고 뒤늦게 알아차린 미국의 태평양함대 공격 시도를 중국을 이용해 무력화시킨 북한 독재집단이다. 이렇듯 음모와 술수에 능한 자들이다. 
 
김정은 세습독재 집단과 유착의 길을 걷는 러시아의 미래는 지금 '제2의 중국'을 예고하고 있다.
 
[겨레얼통일연대 NK사이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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