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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땐 전원 땅굴 집결, 포탄 맞아도 인명피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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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4군단 33사단 해안포대 출신 탈북자가 말하는 ‘지하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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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해안에 설치된 동굴진지. 26일 오전. 해안포진지(네모난 점)가 열려 있는 듯 검은색의 네모난 점이 선명하다. 연평도=강정현 기자


 

“11월 23일, 황해남도 강령군 부포리 강령반도에 있는 북한 4군단 33사. 사단 직속 포대대의 개머리 해안포 중대로 전투 명령이 하달됐다. 진짜 전투 개시 신호다. 북한군 병사들은 훈련받은 대로 행동했다. 사병들은 산 뒤 경사면을 따라 깊게 판 참호를 지나 100여m를 올라간 뒤 방공호를 거쳐 갱도로 들어갔다. 해안포 중대는 해안 절벽을 낀 바다 쪽 경사면 갱도 안에 배치돼 있다. 그 안 76.2㎜ 포좌대에 병사들은 사수와 조준수로 자리 잡고 앉았다. 산꼭대기 갱도에 있는 지휘소대로부터 좌표와 조준각도 지시가 내려왔다. 익숙한 연평도의 지형지물이다. 해안포들은 신호에 따라 일제히 발사됐다.


 

13분 뒤 연평도에 배치된 남측 해병 K-9 자주포가 해안포 중대 시설을 강타했다. 병실(막사)과 식당 등 지상 시설을 파괴했다. 그러나 산속을 파서 만든 갱도에 있는 병사들은 피해가 없었다. 남측의 1차 대응 사격이 끝나자 좌표가 다시 하달됐다. 발사 14분 뒤 다시 연평도에 있는 남측의 K-9 자주포가 공격했다. 그러나 갱도 내 북한군 병사들에겐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이상은 가상 상황이다. 이번에 공격을 한 북한 4군단 33사단 해안포에서 근무를 했던 탈북자 및 전직 4군단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해 만든 것이다. 이들 탈북자는 이번 해안포 공격은 북한 4군단 33사 직속 포대대의 개머리 해안포 중대가 동원됐으며 북한군 피해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작전개시 땐 김 부자 초상화부터 챙겨


 

4군단 33사(쌍갈매기 사단)에서 근무한 김송철(48·가명·6년 전 탈북)씨는 “연평도 포격은 강령군 부포리, 즉 강령반도를 관할하는 4군단 33사 직속 포대대 소속 개머리 해안포 중대가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4군단 33사단은 해주~옹진까지 해안포로 방어하며 156연대가 강령반도 방어를 책임진다. 개머리 해안포 중대는 156연대 포대대 소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사포는 33사단 26연대의 122㎜ 포 대대가 동원됐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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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남측의 K-9 자주포 공격에도 불구하고 해안포 작전을 개시하기 전 모두 갱도로 들어가기 때문에 북한군의 인명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전시가 선포되면 모든 병사는 갱도로 들어가게 돼 있는데 선제 공격을 감행한 이번의 경우가 준전시라는 것이다. 또 “사포군(사단 포대) 작전에서는 군단 포병부사령관, 포참모들, 사단장, 포병 부사단장. 포연대장, 포대대장 등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했다.


 

연평도를 선제 공격한 뒤 한국 해병대의 공격을 받은 북한이 본 피해에 대한 공식 평가는 아직 없다. 합동참모본부는 26일 브리핑에서 “북측 피해를 분석하려고 하나 제한적으로 식별되고 있다”며 “무도와 개머리 지역에 화재가 발생했고 개머리 지역에는 다수의 피탄 흔적이 식별됐으며 무도 지역에서도 교통호가 매몰되는 등 피탄 흔적이 있었다”고 밝혔었다. “한 발의 살상 범위가 5050m인 K-9 자주포가 북한 해안포 기지 막사 등에 집중 포격을 가해 북한이 적지 않은 피해를 봤을 것으로 본다”고 했었다.


 

김송철씨 등 관련 탈북자들은 이에 대해 “북한군 병사들이 갱도로 다 들어갔는데 막사 등 지상 시설을 포격해서는 아무런 인명 피해를 입힐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일반 전술 훈련 때는 전투성원(전투원)만 갱도에 들어가며 부대에는 직일관(당직장교), 직일병(당직사병), 식당 근무, 정문 보초 등 근무성원(근무 병력)은 남겨 둔다”고 했다. 김씨 등에 따르면 북한군 전투 교범상의 전투 절차는 공격 전 먼저 정치일군(정치국 소속 당원)들이 교양실의 김일성 반신석고상과 각 병실(막사)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부터 ‘모심함’에 넣어 갱도 안의 ‘모심실’에 보관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지시에 따라 병사들은 갱도로 들어간다.


 

동해 해안포 부대인 7군단 10사 10포연대에서 복무한 이광훈(42·가명)씨도 “동해 홍원·이원·낙원 등에 있는 해안포 부대에서도 이번처럼 도발을 할 때는 부대에 포탄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직일병까지 갱도로 대피시킨다”고 했다.

산속을 구멍 내 만든 갱도는 인공 요새다. 연평도와 백령도에서 ‘절벽의 구멍’으로 보이는 북한 해안포는 온통 ‘두더지 굴’처럼 산속으로 나 있는 갱도와 연결돼 있다.


 

지상 부대는 방공호를 거쳐 갱도로 이어진다. 전시 훈련 때 병사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산 뒷면에 뚫은 방공호로 이동한다. 방공호는 병사들의 생활이 가능한 막사처럼 돼 있고 식당도 있다. 방공호와 갱도로 들어가면 공격할 수 없다. 갱도에는 ‘첫 전투정량’인 1주일분 전투를 위한 포탄과 식량이 적재돼 있다. 북한의 여단급 부대에 소속된 대대는 500~600급, 일반 단독 대대는 300여 명 정도다. 소대 20여 명과 중대 100여 명으로 돼 있다. 중대급 규모를 위한 갱도에는 100여 명 병사의 1주일분 식량과 포탄이 준비돼 있다는 의미다. 갱도의 보통 길이는 100~200m인데 더 긴 경우도 있다.


 

부대원 사망 땐 지휘관 엄중책임


 

병사 두 명이 어깨를 펴고 지나칠 수 있는 폭인 갱도는 개개 포좌지(포대)로 연결된다. 포대 입구에는 탄약고가 있다. 해안포의 경우 15m 길이의 레일 위로 포가 앞뒤로 이동한다. 김씨 등은 “일단 갱도 안에 들어가면 바다 쪽에서 직사포로 포좌대를 정조준해 쏘기 전에는 뒤쪽에서 파편 하나도 날아들어 올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남측이 먼저 공격할 경우에만 갱도에 진입하지 못한 북한 군 병사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 인민군 지휘자동화대학(미림대학)에서 군 작전전술 모의 프로그램팀에 근무했던 북한인민해방전선 장세율(42) 참모장도 “연평도 포격은 이미 최고사령부가 오래전부터 면밀히 계획된 도발이므로 인적 피해는 0%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작전에 인명 피해가 나면 지휘관들이 연대 처벌을 받는다”며 “이번 사건은 미리 계획된 도발이므로 사거리 안에는 모든 인원을 대피시킨 상태에서 포격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미림대학 모의 프로그램팀으로 올라온 4군단의 전투방안이 100여 개가 됐는데 프로그램팀은 작전을 검토하고 컴퓨터 프로그램화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4군단 포병 전술을 맡아 33사단도 가 봤다”고 했다. 그는 “전투 명령은 최고사령부에서 하부 중대로까지 전달되는 과정을 거친다”며 “북한의 군 작전체계상 최고사령부의 지시 없이는 단 한 발의 포탄도 쏠 수 없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전투 명령은 전시·훈련용이 다르다. 전시용으론 ‘폭풍, 번개, 벼락’ 등이 있다. 이렇게 해서 전투가 시작되면 무조건 갱도로 들어가게 돼 있다.


 

[중앙선데이에 게제된 글]

중앙일보 안성규 기자, askme@joongang.co.kr

이금룡 기자 krlee2006@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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