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군기(軍旗)는 군인들의 생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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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군부대들에서 군기(軍旗 ‘군대의 각 단위 부대를 상징하는 기(旗), 연대기, 사단기, 군단기 등... )를 잃으면 그 부대가 해산되거나 명칭을 바꾸는 등, 군기는 북한군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한 군기가 분실된 북한군 46사단 8연대의 경비소대 부소대장이었던 탈북자 정재근(가명)씨. “다른 부대의 군기를 훔쳐 온다면 조선노동당에 입당시켜주겠다”는 연대정치위원의 꼬임에 넘어가 군기 보충(도둑질) 임무를 수행 했던 정씨를 통해 사건의 전말(顚末)을 들어보았다.
<북한 군부대들에서 군기(軍旗)를 잃어버린다면 그 부대가 해산되어야 할 위기에 처한다. 내가 군사 복무를 한 연대에도 군기를 잃어버리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나는 다른 부대 연대 군기를 보충(도둑질)하라는 임무를 받게 되었다.
북한에서 군기를 잃어버리는 사고는 큰 사고이기에 당시 사건은 부대 모든 대원들에게 비밀로 붙여졌고 연대 간부들만 초비상 상태로 위에도 보고하지 못하고 다른 부대의 군기를 훔쳐오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려고 했다.
당시 나는 28살이었고 제대를 2년 앞두고 있었지만 조선노동당에 입당시켜주겠다는 연대정치위원의 꼬임에 넘어가 이일을 자진하여 신청했다. 연대정치위원은 비밀보장과 함께 이일을 성공시킨다면 조선노동당에 입당 시켜 주겠다고 약속했고, 연대장은 군관학교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다른 부대 군기를 훔쳐오는 것은 어쩌면 간첩으로 몰려 군사재판을 받을 수 있지만 나는 오직 당원이 되려는 꿈을 안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군기 도둑질에 동원된 사람은 모두 3명, 우리는 강원도에서 평안북도까지 이동해 우리 연대군기와 똑같은 군기를 도둑질하는데 성공 했고 부대로 복귀 하던 중, 소대장과 나는 싸움이 벌어졌다.
과도한 싸움으로 인해 소대장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나는 소대장의 황당한 죽음에 부대에 복귀하지 못하고 6개월의 시간을 객지에서 보내다가 부대 군인들에게 붙들려 본부로 끌려가게 되었다.
이제는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연대에서는 소대장의 죽음을 훈련 중 사고로 위장했고, 나의 살인죄 또한 없었던 일로 하였다. 그러나 당에 입당할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고, 나는 생활제대가 되어 한국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서 북한의 강원도를 바라보고 있으려면 내가 복무했던 군사시절과 나를 속이고 죽음의 길로 내몰려고 했던 연대정치위원과 연대장을 떠올리면 분노가 솟아오른다.>
[겨레얼통일연대 경기지부 회원 차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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