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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위엔에 팔려 간 삶(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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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병마


나는 양강도 혜산 시에서 516 건설사업소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함경남도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1992년에 태어났다. 내 밑으로 동생이 하나 있으며, 가족들은 지금도 북에 남아있다.

우리 집은 무척이나 가난해서 나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도, 배불리 먹어본 기억도 없다. 어릴 때부터 학교 대신 산에 가서 나무를 하기도 하고 어머니와 과일과 나물 장사를 하기도 했다.

2005년, 내가 열 살 때, 우리 가족이 살던 하모니카 집 한 가구에서 불이 나서 우리 집까지 타버렸다. 이렇게 집을 잃고 우리 집의 가세는 더욱 기울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이 직접 벽돌을 모아 집을 세우기 전까지 우리는 남한에서 말하는 노숙자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친척 집에 얹혀살기도 했는데 툭하면 “집도 없는 것들이”라는 말과 갖은 핍박을 받곤 했다. 동생과 나는 벽돌을 줍기 위해 길거리로 나갔고, 어머니는 건설사업소 사람들에게 술이나 식사를 팔면서 돈을 모으거나 벽돌을 받았다.

아버지가 빚까지 지게 되자 우리 집 형편은 더욱 힘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위출혈로 쓰러져 입원했고 어머니도 난소에 문제가 생겼다. 다행히 아버지 건설사무소 동료들이 도와줘서 병원비는 어렵게 마련할 수 있다. 내가 아픈 것은 견딜 수 있겠는데 부모님이 아픈 것은 견딜 수 없었고, 그때의 생활은 정말 힘들었다고 밖에 표현할 다른 방법이 없다.

바늘을 입에 물고 강을 건너다

내가 살던 혜산은 압록강만 건너면 중국이다. 혜산에는 중국으로 가는 사람들과 돈을 벌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중국으로 가서 돈을 벌어서 빚을 갚고 아픈 부모님을 돕고 싶었다.

나는 강둑을 세 번이나 서성거리며 중국으로 갈지를 고민했다. 결심이 섰고 어머니에게 중국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어머니는 내 손을 부여잡으며 “너가 어떻게 그러나..어머니를 떠나지 마라.”라고 눈물 고인 모습으로 말리셨다. 그날 밤 부모님이 “우리 때문에 영림이가 중국을 가려고 한다. 이를 어쩌냐”라고 안타까워하시는 말씀을 엿들었다. 뒤에 남겨지는 부모님이 눈에 밟혀 눈물이 왈칵 났다.

중국으로 떠나기 하루 전 어머니는 내 손을 끌고 자장면 집을 갔다. 난생 처음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한껏 먹을 수 있었다. 열심히 음식을 먹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어머니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고 그립다.

2009년 3월, 내가 중국으로 넘어가던 날의 압록강은 얼어 있었다. 중국으로 가기까지의 강의 길이는 짧았지만 행여나 당국에 잡히면 죽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바늘을 입에 물고, 잡히면 그대로 바늘을 삼킬 심정으로 얼은 압록강 위를 뛰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강둑을 넘고 강을 건넜다. 당시 나는 오로지 북한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18살, 나의 몸값은 2만 위엔

압록강을 건너자 나를 기다리는 것은 검은색 차량이었다. 한 40대 중년 남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나에게 공안에게 붙잡히면 위험하니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조선말로 말했다. 의심은 갔지만 북한 땅에서 최대한 떨어진 곳으로 가고자하는 마음으로 차에 무작정 올라탔다. 남자는 피곤함을 덜어줄 거라고 약도 한 알을 건넸지만, 나는 삼키는 척하고 이빨 사이에 넣었다. 그때 무엇인가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차는 나를 태우고 점점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같은 길을 반복해서 가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몇 시간 쯤 갔을까 남자는 나를 어느 시골 마을의 창고 같이 허름한 집에 내려놓았다. 이곳은 아예 도망 칠 엄두도 내지 못할 시골이었고 사람도 별로 없는 그런 곳이었다.

북한에서는 못 살아도 그래도 시내에서 살았는데 이렇게 허름한 시골 중국집을 보고 놀랐다. 이 한족 집에는 할머니, 고모, 며느리, 30 살 아들, 그리고 두 살 된 아기가 살고 있었다. 나는 중국 돈 2만원에 그 집 식모로 팔려갔던 것이다.

최영림(가명)

[1992년생 양강도 혜산 출신 2009년 탈북, 2011년 한국입국]

최영림(가명)

1992년생

   양강도 혜산 출신 

2009년 탈북

2011년 한국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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