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북에 대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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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의지 과시 北에 강력 경고
DMZ 평화모색 기류 따라 北 변해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5일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최전방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미국 대통령이 DMZ를 찾은 것은 10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DMZ에 근무 중인 미군 장병들에게 “자유와 번영의 견지에서 남북한만큼 분명하고 극명하게 대조되는 곳은 없다”며 “여러분은 자유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5m 떨어진 최북단 초소에 들러 쌍안경으로 북측 지역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DMZ 방문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우선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100일의 공식 애도기간이 끝나 대규모 추모대회가 열린 날이고, 천안함 2주기 하루 전이다. 53개국 정상·정상급 인사와 4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에 모여드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한이 내달 중순으로 예고한 ‘광명성 3호 위성’이라는 이름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장소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1953년 6·25 정전협정으로 만들어진 DMZ는 분단을 상징하는 곳이다. 남북 양측은 248㎞의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각각 2㎞ 너비의 지역을 DMZ로 설정했다. 국제법상 군대·군사시설을 배치하지 않을 의무가 있는 구역이지만, 총격 도발 등 사건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다. 철책선이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고, 군부대 감시탑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남북 측에서 무장 GP(최전방 감시초소) 100여곳을 운영 중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긴장이 넘치는 곳이다.
“나는 창문으로 나를 보고 있는 북한 초병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가슴에 붙어 있는 붉은색 김정일 배지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은 우리와 가까이 있다. 그들의 딱딱한 응시는 나를 안절부절못하게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톰 오닐 기자가 2003년 DMZ를 방문한 뒤 쓴 글의 일부다. 미국의 ‘세계 지리와 문화’ 교과서에 인용돼 널리 읽히고 있다. DMZ 안의 유일한 남북공동시설인 공동경비구역(JSA)을 취재한 듯하다. 지명인 판문점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모든 군인들이 MDL을 넘어 상대 측 지역으로 들어가지 못하며, 개인적으로도 상대측을 만나거나 말을 걸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DMZ’라는 시점과 장소를 선택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측에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하면 ‘자유의 최전선’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그는 다음날 한국외국어대 특별강연에서는 보다 직설적인 화법을 썼다. “더 이상 북한 도발에 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세상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북측이 이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기길 바란다. 방한 중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도 미사일 발사계획 포기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민생에”, “주민 먹여살리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계획은 지금이라도 취소할 수 있다. 이제 결단을 내려 사태를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발사를 강행하고 만에 하나 그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에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DMZ는 외부와 격리되면서 시간과 역사가 정지된 공간이다. DMZ 일대는 60여년 전 인간이 초토화한 땅이지만, 수많은 동식물이 분단의 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이제 다양한 동식물군이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배경 삼아 전쟁을 반성하고 화합과 협력을 모색하는 장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생태평화공원 조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DMZ가 전쟁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탈피해 평화를 지향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가려면 먼저 북한이 변해야 한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DMZ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올바른 선택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박완규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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