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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의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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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 Rilke)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니,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시인 윤동주(1917~1945)의 ‘별 헤는 밤’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문학작품이다.
 
시인은 이 시(詩)를 통해 가식 없는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별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媒介體)다. 시 전반부에서 윤동주는 고향 북간도에서 서울로 유학 온 그 자신이 별을 바라보며 느낀 사무치는 그리움을 숨기지 않는다. 소학교(초등학교) 시절 친했던 급우(級友)들과 산천을 뛰어 놀던 강아지와 토끼, 그리고 어머니.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을 고백한다.

하지만 시는 비감(悲感)으로 끝맺어지지 않는다. 교차하는 만감(萬感)에 밤새도록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언덕 위에 이름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던 시인은 후반부에서 말한다.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생전(生前)이든 사후(死後)든 그리워하는 그 모든 것들과 다시 재회(再會)하는 그 날이 반드시 다시 오리라고 말한다.

사실 ‘별 헤는 밤’은 순수 문학은 아니다. 거창한 표현은 없지만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당시 윤동주가 처했던 시대상을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다.

그가 이 시를 만들었던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 시절의 1941년은 일제(日帝)로부터의 독립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더구나 1938년 무렵부터 일제는 국가총동원법(法)을 한반도에도 적용해 한민족 전체를 전시(戰時) 총동원 체제의 수렁으로 몰아넣기 시작하고 있었다.

윤동주는 언제 그 자신이 천황(天皇)이라는 절대 권력자의 병사가 되어 전장에 끌려 나갈지 모르는 비극적 시대상황에서 이 시를 통해 모두가 자유롭게 재회하고 만날 날이 반드시 오리라는 점을 온 민족에게 말했던 것이다.

‘별 헤는 밤’은 오늘 날의 우리들에게도 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남북 한민족, 특히 실향민과 탈북민들은 핵무장을 가속화하는 북한 독재정권이 언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재차 일으킬지 모르는 오늘 이 순간에도 고향산천의 모든 것을 그리워하고 있다. 북쪽에 남은 이들도 남쪽의 고향산천에 다시 갈 날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

그러나 재회의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시인의 염원대로 1945년 8월 광복(光復)의 그 날이 기어코 오고야 말았던 것처럼.

이제 조금 있으면 토요일 밤이다. 또 하루의 휴일을 앞둔 오늘 밤에는 우리 모두 일상(日常)의 버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시인 윤동주가 그러했던 것처럼 통일(統一)을 위해, 민족의 재회를 위해 밤하늘을 총총히 수놓은 별을 헤아리며 염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는지.
 
[북민전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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