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무기들 - ⑪ "넌 이미 죽어있다" > 최근뉴스

본문 바로가기

최근뉴스

한반도의 무기들 - ⑪ "넌 이미 죽어있다"

본문

 
*4.29부터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예정되어 있는 관계로 '한반도의 무기들' 시리즈 11편을 한 주 앞당겨 연재합니다.
 
검(劒)과 칼(刀) 등으로 치루어지던 2천여 년의 인류 전쟁사(史)에 화기(火器)가 등장한 것은 대략 11세기 무렵이다. 아시아에서 탄생한 화기는 오스만투르크(오늘날의 터키)를 거쳐 서양에 전해졌다.
 
화기를 도입한 이후 유럽의 전쟁은 실로 지극히 '신사적'으로,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진행되었다. 화승총을 든 양 측 군대가 서로를 마주보고 일렬로 선 뒤 사격하는 방식이었다. 전술 따위는 없었다. 운이 없으면 총탄에 맞아 죽는 식이었다.
 
이러한 양상은 이후 수백년 간 지속되었다. 인류 역사상 최대 면적의 제국을 건설한 대영제국(영국)은 화승총과 대포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 무기를 앞세워 세계 도처에 식민지를 건설했다. 북미(北美) 대륙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미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한 영국은 이 신대륙으로 자국민들을 대거 이주시켜 각종 천연자원을 발굴하고 도시를 세웠다. 그러나 차츰 식민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독립을 열망하는 분위기가 일기 시작했으며, 거듭되는 착취와 맞물려 마침내 1775년 반란을 일으켰다. 이것이 얼마 뒤 프랑스 대혁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 유명한 '미국 독립전쟁'이다.
 
영국은 그 어떤 반란도 용납할 수 없었다. 북미 대륙은 대영제국의 왕 조지3세가 다스리는 신성한 영토였으며 왕의 영역은 불가침(不可侵)적이었다. 영국은 즉각 대군(大軍)을 파견해 반란 제압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영국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의 군대는 정식 훈련을 받고 다양한 실전을 경험한 정규군이었으며, 식민지의 군대는 평소 목수·광부·교사 등으로 일하던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민병대였기 때문이다. 화승총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조차 얼마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식민지군은 영국과 전통적으로 적대관계인 프랑스의 지원을 받으면서 차츰 전력을 향상시키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인류 전쟁사에 길이 남을 '대형 사고'를 쳤다. 바로 저격소총(long range rifle)의 개발과 운용이다.
 
먼 거리에서 단지 몇 발의 탄환으로 적을 공격하는 저격소총의 위력은 놀라웠다. 단 한 발의 탄환으로 적 지휘관을 사살함으로서 수천~수만의 적군을 물리칠 정도였다. 기존의 '신사적인' 전쟁에만 익숙하던 영국은 당황했다. "비(非)신사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죽느냐 죽이느냐의 전쟁터에서 신사도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결국 강대하던 영국은 전쟁 8년만에 패배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으며, 식민지 주민들은 비로소 'United States of America(미국)'의 건국을 선언할 수 있었다.
 
"한 발의 탄환마다 한 명의 적을 사살한다(One Shot, One Kill)" 미국 독립전쟁은 그러나 이후 저격소총의 활약을 예고하는 시발점에 불과했다.
 
57.jpg 
 
저격소총을 사용하는 저격수(Sniper)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구소련의 바실리 자이체프(Vassili Zaitsev)다. 우랄 산맥의 순진한 사냥꾼에 불과했으며 외모조차 전혀 '전사답지 않았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붉은군대(Red Army)에 입대해 전쟁사에 길이 남을 전적을 남겼다.
 
'400명' 그가 전쟁 과정에서 사살한 독일군의 숫자다. 얼핏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가 사살한 독일군 중 장성(장령)급 인사가 상당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얘기는 틀려진다.
 
철저한 계급사회인 군(軍)에서 최고지휘관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명령체계의 최상위부가 없어짐을 뜻한다. 어디에서 날아왔는지도 모를 총탄에 멀쩡하던 지휘관이 피를 쏟으며 쓰러질 경우 삽시간에 공포감이 퍼져 사기가 저하됨은 물론 명령을 내려야 할 자의 부재로 인해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공격·방어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아무리 숫자가 많은 군대라도 지휘관을 잃은 군대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며 즉각 격파당하기 십상이다. 자이체프의 전적은 그래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수를 사살한 저격수는 핀란드-소련 분쟁에 참전한 핀란드의 시모 하이하(Simo Hayha)다. 북유럽의 매서운 눈보라를 뚫고 무려 542명의 목숨을 빼앗은 그의 별명은 '하얀 악마(White Devil)'였다. 그와 맞닥뜨린 소련군은 어디서 누가 쐈는지도 모른 채 하나둘씩 비명을 지르며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2km의 벽을 넘어 저격에 성공한 저격수는 월남전에 참전한 미 육군의 카를로스 해스콕(Carlos Hathcock)이다. 그는 당시 남(南)베트남의 밀림 숲속을 뚫고 무려 2,286m(약 2.2km) 거리에서 월맹군을 저격해 사살했으며, 이 기록은 이후 2002년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캐나다 육군의 롭 펄롱(Rob Furlong)이 2,430m 저격에 성공할 때까지 35년간 깨지지 않았다.
 
미국 독립전쟁과 2차 세계대전의 경우에서 보듯 저격소총의 역할은 적 지휘관을 먼 거리에서 제거함으로서 전투를 아군이 유리하도록 끌고가는 것이다. 비단 지휘관뿐만 아니라 통신병, 의무병, 분대화기 사수도 저격소총의 사살 대상이다.
 
1~2km의 먼 거리에서 아무도 모르게 단 몇 발로 정확하게 작전을 수행해야 하기에 저격수는 작전지역 주변환경에 맞게 위장복을 착용하며,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관측병(observer)과 함께 2인 1조로 움직인다. 목표물과의 거리 내에 있는 모든 장애물을 피해 정확하게 사격하는 것이 관건이며, 풍향(風向)·온도·습도·심지어 지구의 자전 속도까지도 계산해야 한다.
 
사격 후에는 5~18kg 무게의 저격소총을 들고 신속하게 사격 지역에서 탈출해야 한다. 자칫 사격 위치가 적군에 노출될 경우 박격포·자주포 등 집중 포화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격수는 침착성·인내성·고도의 계산력·체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
 
62.jpg
 
현재 국내에는 약 2만 8천 명의 주한미군이 한미(韓美)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은 육해공·해병대에 저격수를 운용하고 있다.
 
미군의 가장 대표적인 저격소총은 대인(對人)용이 아닌 대물(對物)용 저격소총 M82A1 바레트(Barett)다. 구경 12.7mm인 이 저격소총은 반자동 방식으로 재장전 없이 10발의 탄환을 연속 사격할 수 있으며, 유효 사거리는 1,800m(약 1.8km)에 이른다. 탄환 속도는 초속 854m로 사격 직후 탄환은 약 2초만에 1,800m 밖의 목표물에 도달한다.
 
그동안 해외에서 생산된 저격소총을 수입하던 우리 군 당국도 대한민국 순수 자체 기술로 제작된 저격소총을 작년 12월 25일부터 각 군에 도입하고 있다.
 
방산업체인 S&T모티브가 개발해 우리 군에 납품 중인 K-14 저격소총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형인 7.62mm 탄환을 사용하며 유효 사거리는 800m다. 무게는 5.5kg에 불과하며 조준경의 망선 밝기 조정 기능과 배율을 3배 이상 높여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가격면에서도 1정 당 1,500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해 수출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록 저격소총의 세계는 각종 정밀 유도탄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굳이 사람이 적진에 침투해 저격소총을 사격할 필요 없이 정밀 유도 미사일 한 발이면 목표물은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제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 국을 비롯한 세계 각 국이 저격수를 운용하는 까닭은 단 한가지다. 바로 '은밀함'이다.
 
정밀 유도탄은 위력이 강하고 정확하지만 대신 엄청난 폭발음이 뒤따른다. 때문에 공개적인 전면전에서는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비(非)공개적인 국지전에는 적합하지 않다. 폭발음 때문에 공격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표물이 유도탄 발사 소식을 접하고 다른 곳으로 잽싸게 피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그러나 저격수는 다르다. 사람이 직접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조용하다. 목표물에 대한 접근에서부터 사격, 도피까지 모든 것이 조용하게 이루어진다(1~2km 거리에서는 총성도 들리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누군가를 조용히 제거하고 싶을 때, 바로 김정은 역도같은 인물을 제거하고 싶을 때 저격소총은 그야말로 최적화(最適化)된 무기인 것이다.
 
과거 김정일은 '1호 열차'를 타고 수시로 중국을 방문했으며 앞으로 김정은도 외국 출장을, 적어도 한 번은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그 때야말로 저격소총은 한민족의 역사를 뒤바꿔놓을 무기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김정은의 이마에 한 발의 총탄이 꽂히는 그 순간에 말이다.
 
[겨레얼통일연대 사무국]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전체 857 건 - 19 페이지

靑, 北에 "카자흐-미얀마"모델 제시

카자흐, 장거리 미사일 포기ㆍ경제발전 추진미얀마, 시장경제 도입ㆍ농촌부흥 등 개혁개방청와대가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 '원칙 대응'에 나선 가운데 북한에 대해 "카자흐스탄과 미얀마처럼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박근혜 대통령이 그간 북한이…

개성공단 유고모델化 막겠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북한이 개성공단을 과거 '유고슬라비아식' 모델로 가져가려 한다는 분석이 있는데,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측 인력이 철수한 뒤 개성공단 시설을 이용해 직접 제품을 생산하려 할 …

열람중한반도의 무기들 - ⑪ "넌 이미 죽어있다"

 *4.29부터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예정되어 있는 관계로 '한반도의 무기들' 시리즈 11편을 한 주 앞당겨 연재합니다. 검(劒)과 칼(刀) 등으로 치루어지던 2천여 년의 인류 전쟁사(史)에 화기(火器)가 등장한 것은 대략 11세기 무렵이다. 아시아에서…

‘북한이 공격받을 경우’ 질문에… 中, 군사 원조 대답 회피

중국은 25일 북한이 공격받을 경우 군사적인 원조를 할 것인지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중국 국방부 양위쥔(楊宇軍)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조선(북한)이 공격을 받으면 1961년 체결된 ‘중·조 우호협력 상호원조조약’에 따라 중국이 군사 원조를 할 것인…

개성공단 관련 정부 성명 전문(全文)

 □ 오늘 북한은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해 공식적으로 제의한 당국간 실무회담을 거부하였음. □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통행을 차단하고 근로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킴으로써 지난 10년 동안 운영되어온 개성공단 가동이 불가능 하게 되었음. □ 정부는…

탈북군인들이여, 다시 총(gun)을 잡자

 용병(傭兵). '용병'의 사전적 의미는 거래처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고 대신 군사적 능력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고대의 한 철학자가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 정의(定義)했던가, 인류는 이미 국가라는 존재가 생겨나기 전 부족(씨족)…

북한 전력난 계속 심각해

북한이 올 겨울내 심각했던 전력난을 아직도 겪고 있다고 양강도의 한 내부소식통이 전했다.    4월에 들어와서도 주민가구에는 전혀 전기가 안 들어왔으며 지난 김일성 생일때에도 전기가 조금 밖에 안 왔다고 한다. 평일에는 아예 전기가 …

"북한 특권층 자녀들 병역기피 만연"

북한 특권층 자녀들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병역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5일 보도했다.방송에 따르면 북한 특권층 자녀들의 병역 기피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이에 대한 제재나 단속은 전무한 상태다.최근 중국을 찾은 …

北, 개성공단은 ‘보릿고개’ 위기 모면?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제의에 대한 북한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우리 측이 제의하는 당국 간 회담마저 거부한다면 중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

북에, 오늘 오전까지 최후통첩

정부가 25일 장기화되고 있는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했다. 특히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중대 조치’를 취하겠다는 최후통첩 성격의 경고도 함께 보냈다.  정부는 중대 조치와 관련해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나 공…

'또졌당(?)'으로 간판 바꿔야할 판

 통합진보당과 함께 '종북(從北)의 전국화'를 선도하고 있는 통합민주당이 또 한 번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지난 24일 실시된 재보궐 선거에서 전면 참패라는 '진기록()'을 남긴 것. 민주당은 전국 12곳에서 치뤄진 선거구 중 후보를 낸 6곳에서 모두…

김정은·노무현 '숨겨둔 돈' 발견?

 국제사회에서 대표적 조세피난처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서 북한 인사의 이름이 발견되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관계자는 지난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ICIJ가 입수한 버진아일랜드 계좌 예금주 명단을 검토…

묘향산에서 죽은 억울한 영혼들

북한에서 김정일의 기쁨조 출신인 여성들은 5과생으로 부르는데 마법에 걸리는 현상을 시작으로 13 살이 되면 선발자격이 주어져 3  년 동안 해마다 신체검사를 받으며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되어 16세에 전국 심사를 거쳐 김정일 초대소나 특각에 배치된다는 이야기는…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김정은을 처단하자 !

    공안당국이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가입자중 86명에 대한 이적행위를 혐의잡고 수사중이라고 동아일보가 밝혔다.       공안당국은 내국인이 북한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 스스로…

왜 이런 일을 하냐고 물을 때

 '왜 이런 일을 하느냐'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흔히 듣는 소리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자아(自我) 성공보다 왜 이상(理想)을 좇느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인들 성공을 좇지 않겠는가. 누구인들 부(富)를 좇…


 

게시판 전체검색
다크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