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무기들 - ⑫ '진짜' 대량살상무기

본문
여기 한 정의 소총(보총)이 있다.
몸체의 절반 이상이 목재(木材)로 이루어졌으며 무게는 5kg에 육박하는, 언뜻 보기에는 볼품없는 무기다.
그러나 이 소총은 1947년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불과 약 60년만에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수억 명' 가히 실질적인 의미의 대량살상무기(WMD)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서는 이 소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단순한 구조와 높은 내구력, 강력한 화력에 저렴한 가격까지. 아프리카에서는 수 달러만 내면 이 소총 한 정과 탄약 한 박스를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총은 즉각 전장(戰場)에서 불을 뿜고,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다.
북한 육군 보병의 주력화기인 각종 자동보총의 원형(原型)이 된 AK-47 돌격소총. 오늘은 인류 전쟁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이 무기에 대해 알아본다.

<AK-47을 개발한 미하일 칼라시니코프(Mikhail Kalashnikov). 2012년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보도가 있지만 여전히 생존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대량살상무기 히트상품'을 개발했지만 정작 그는 '공산주의' 때문에 평생 동안 AK-47과 관련된 돈은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말, 소련 붉은군대(Red Army)에 복무 중이던 미하일 칼라시니코프(Mikhail Kalashnikov)는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던 와중에 한 정의 소총을 구상해 그 설계도를 상부에 제출했다.
반응은 뜻밖이었다. 소련군 수뇌부는 불과 80여개의 부품(실제 가동되는 부품은 8개)만으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소총보다도 강력하며, 또 혹한·열대야 등 그 어떤 환경에서도 완벽히 작동되는 이 소총에 열광했다. 그리고 46년 내부 시험평가를 거쳐 47년 대외에 공개한 뒤 49년 육군 보병 주력화기로 채택했다.
AK-47이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 계기는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 둘째는 소련의 붕괴다.
2차 세계대전에 끝나자마자 미국과의 냉전에 돌입한 소련은 특유의 공산주의 이념에 근거해 AK-47을 무료로 동맹국들에게 보급했다. 심지어 특허권도 행사하지 않았으며, 제작 기술까지도 스스럼없이 제공했다.
때문에 북한 독재정권은 북한 내부에 생산공장을 짓고 AK-47에 '58식 자동보총'이라는 이름을 붙여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이 때 중국·쿠바·동유럽 등 당시 공산권 국가들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쳐 AK-47을 쉴 새 없이 찍어냈다.
주로 각 국가의 군(軍)에서 사용되던 AK-47에 대한 민간인들의 사용이 자유롭게 된 계기는 1991년 소련의 붕괴다.
이 거대하던 제국이 하루 아침에 사라짐에 따라 붉은군대가 보유하고 있던 수백만 정의 AK-47은 일시에 '주인 없는 무기'가 되고 말았다. 충성을 바쳐야 할 국가를 잃은 붉은군대의 고위급 장교들은 순식간에 장사꾼으로 돌변했으며, 유통업자(무기상)를 통해 이 주인 없는 무기들을 거리낌없이 해외에 팔아치웠다.
아프리카·중동·동남아·남미 등지에서의 AK-47의 수요가 급증하자 북한 독재정권도 '무기 장사'에 발벗고 나섰다. 수백~수천만 정의 자동보총을 공장에서 생산해 해외로 밀매했으며, 이로 인해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다. 아프리카의 '고객'은 천연 다이아몬드로, 중동의 '고객'은 원유로 대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북한 정권이 번 돈의 규모는 가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북한을 휩쓸고 있는 최악의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집단이 수시로 핵실험·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이것이다.
결국 북한산 자동보총을 구입한 아프리카의 독재자·반란군들이 서로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는 사이 북한 독재정권은 달러의 바다에서 헤엄쳤으며, 지금도 그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돈으로 굶어 죽는 300만 인민들을 먹여살리기는 커녕 그들 김씨 3부자(父子)의 개인 은행계좌에 숨겨두고 밤마다 광란의 파티를 벌였으며, 지금도 오로지 그들만의 탐욕만을 채우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AK-47 돌격소총>
2013년 오늘날에도 여전히 북한 독재집단의 주요 해외밀매 품목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AK-47. 현재 전 세계에 약 1억~5억 정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AK-47은 구체적으로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토록 피에 굶주린 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이 소총의 장점은 단순함·내구력·화력으로 요약된다.
우선 단순하다. 모습부터가 단순하며 실제 사용해봐도 그 단순함에 누구나 놀라게 된다. "사람을 죽이는게 이렇게 쉬웠구나"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AK-47은 탄알집(탄창)을 장착한 후 별도로 장전할 필요 없이 바로 사격 가능하다. 또 실제 사격에 필요한 부품이 8개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해체와 조립이 간단해 손질도 쉽다. 때문에 아프리카에서는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들이 AK-47을 들고 전투에 나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가히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AK-47이다.
이 소총은 또 높은 내구력을 갖고 있다. M16이나 M4A1 같은 타국의 소총들은 하나씩 제약을 갖고 있다. 수시로 해체해서 기름칠을 하고 다시 조립해줘야 한다.
그러나 AK-47은 폭설이 내리치는 혹한, 아프리카 사막과 같은 더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멀쩡히 작동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흙탕 속에 매몰되었다가 수십년 만에 발굴된 AK-47이 멀쩡히 작동했다는 일화(逸話)는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화력이다. AK-47은 비록 M4A1 등에 비해 정확성은 비교적 떨어지지만 화력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7.62 x 39mm 탄을 사용하며 이는 한미(韓美) 양 국이 사용하는 5.56 x 45mm 탄에 비해 무게가 8g으로 2배 이상 무겁다. 비록 러시아도 오늘 날에는 화력 대신 정확성을 높인 5.45 x 39mm 탄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볼 때는 여전히 7.62mm 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소위 '선군(先軍)정치'를 주장하면서 전쟁 사업의 최우선화를 추진한 김정일>
북한 독재정권은 전 세계적으로 AK-47을 유통시키는 상인 중 '최대 규모의 상인'이다. 이 말은 곧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있는 '최대 규모의 살인마'라는 뜻이 된다.
하루에도 세계 곳곳에서 수만~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이 AK-47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있으며, 나아가 알카에다와 소말리아 해적 등 국제 테러집단·범죄집단이 이 소총을 들고 갖은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이렇듯 사용되는 AK-47 중 많은 수가 북한 독재집단에 의해 수출되고 있다.
부시(George W. Bush)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악의 축(Axis of Evil)'로 규정한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 원래 싸우는 사람들보다 뒤에서 부추기고 살인 무기를 쥐여주면서 이득을 취하는 자가 더 악(惡)한 법이다. 김정은 집단은 그러한 악한 존재이며, 따라서 '악의 축'이라 지칭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무기라는 것은 사용하는 자에 따라 정의의 도구로도, 악마의 도구로도 바뀌는 법. AK-47은 도리어 악의 화신(化身)인 김정은 독재집단을 무너뜨리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 인민군 장병들이 일시에 반(反)체제 혁명의 깃발을 올리고, 김정은과 그 하수인들이 운영 중인 AK-47 생산공장이 분노한 북한 인민들의 손에 접수되는 그 날에 말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 소총은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라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2천여만 인민의 손에 손에 AK-47이 한 정씩 쥐여지는 그 날, 김정은은 '살아있는 표적'이 되어 수천만 발의 탄환 앞에 집중사격받는 처지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겨레얼통일연대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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