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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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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2,200년 전. 인류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근 2천년 가까이 존속(存續)된 기존 사회 체제에 대한 민초들의 자각(自覺)이 일어난 것이다.
 
중국 진나라 말기인 기원전 209년,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은 억압 받고 고통 당하던 민초들을 규합해 최초의 농민 반란을 일으키면서 다음과 같은 구호를 내세웠다.
 
'왕후장상에 어찌 씨가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王侯將相寧有種乎)'
 
다시 말해 만인(萬人)은 평등하며 누구나 왕이나 제후 등 지배 계급이 될 수 있다는 구호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시장 날품팔이가 대통령이 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당연한 이치이지만 이는 당시로서는 전혀 새롭고도 몹시 충격적인 사상이었다.
 
진나라 말기 시대에는 "왕은 왕의 자식으로 태어난 자만이 될 수 있다"는 사상이 상식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소위 '만경대 혈통'의 지배를 당연시하는 오늘 날의 북한처럼 말이다. 평등의 사상은 그 누구도, 심지어 공자(孔子)와 같이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갖춘 인물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획기적인' 사상이 탄생한 근간이 된 사건은 다름 아닌 기존 지배 계층에 의한 '혹독한 탄압'이었다.
 
진나라를 건국한 시황제(始皇帝)는 수백 년 간의 전란에 종지부를 찍고 천하를 통일한 업적이 있긴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단지 '왕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만히 앉아 왕이 된, 마치 오늘 날의 김정은과도 같은 방식으로 권좌에 앉은 그에게 있어서 일반 민초들의 고통은 고려 밖의 대상이었다.
 
그는 흉노와 같은 북방 이민족의 침략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각지의 백성들을 끌어모아 오늘날까지도 인류 최대의 토목건축물로 남고 있는 만리장성(萬里長城)을 축조했다. 각종 중장비가 발달한 21세기에도 만들기 힘든 만리장성을 오로지 사람의 두 손에만 의지해 건축해야 했으니 백성들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10여년에 걸친 만리장성 축조 현장에서 한맺힌 눈을 감아야만 했으며, 가장을 잃은 처자식들은 졸지에 유랑민이 되어 걸식하는 운명을 맞아야만 했다. 당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냐하면 만리장성의 별칭이 '세계 최대 규모의 무덤'일 지경이다. 시체는 벽돌 사이에 던져져 장성의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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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제와 같은 지배 계층의 사고방식이 어떠한 지경이었는가를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후 약 500년이 지나 중국을 재통일한 서진(西晉)의 2대 황제 사마충은 백성들이 굶어죽고 있다는 급보가 도처에서 날아들자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웃거리며 "밥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궁궐 안에 편안히 앉아 매 끼니마다 진수성찬을 먹어온 그였기에 고기는커녕 풀뿌리도 없어 굶어죽는 백성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300만명이 아사(餓死)한 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김정일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장기적이고도 수시로 자행되었던 이러한 탄압과 이에 따른 한(恨)이 마침내 '만인은 평등하다'는 이념에 기초한 최초의 농민 반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북한 독재집단은 시황제·사마충 등 전근대적 지배 계급이 답습(踏襲)했던 폐해를 그대로 모방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수령의 아들'이라는 신분 하에 특별 대우를 받으며 제2대, 제3대 수령으로 등극한 김정일과 김정은에게 북한 주민들은 단지 '내가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들로서는 주민들의 고통을 이해할 의지도, 이해할 방법도 없다.
 
그러나 인류사는 그 유구한 억겁(億劫)의 기간 동안 발생했던 다양한 사건들로 말한다. 핍박과 착취는 지속될 수 없노라고, 반드시 독재에 항거하는 세력이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진승오광(陳勝吳廣)'이라는 말이 오늘 날 '어떤 일에 앞장서는 자나 맨 먼저 주창(主唱)하는 자'를 뜻하고 있는 것은 반드시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21세기 지구상 마지막 남은 세습독재의 땅 북한에 제2의 진승·오광이 출현할 날도 머지 않았다.
 
[겨레얼통일연대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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