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북한 독재체제 붕괴' 성명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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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국가와 유엔 차원에서 거론되던 '탈북자 강제북송(北送)' 반대 입장이 국제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주요 강대국들에 의해 처음으로 공식 천명되었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니다, 러시아 등 G8 소속 국가는 현지시간으로 18일 북아일랜드 에니스킬렌(Enniskillen)에서의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납북자 문제와 북송 탈북자 처우 문제 등을 포함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 정상은 김정은 집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중단과 유엔 대북(對北)제재 결의안 준수를 촉구한 뒤 이 같이 밝혔다.
표면상 유엔이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실질적인 질서는 막대한 경제력을 가진 이들 G8 소속 국가들이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국내총생산(GDP) 순위 10위권 내에 항시 머물고 있는 영국, 프랑스 등이 국제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러한 G8 소속국들이 북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공식 합의한 것이다.
이는 북한 문제가 이들 국가의 이해득실과 직결되어 있음을 뜻하며, 이들 국가가 문제 해결을 위해 향후 적극 나서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G8의 이번 성명은 표면상 인권, 대량살상무기(WMD), 유엔결의안만을 다뤘지만 이 세 문제가 해결될 경우 북한 독재체제의 생명력은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포괄적인 대북(對北) 압박 공조를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이는 김정은 집단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악재(惡材)로 작용한다.
함경북도 나진항의 부두 사용권을 확보하고 있는 등 북한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가 동참한 것은 김정은 집단에게 있어서 특히 큰 악재가 된다.
90년대 초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민주주의 국가로 전향한 러시아지만 러시아 내에는 여전히 북한과 연계를 갖는 세력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러시아 공산당이다.
옛 스탈린식 1인 독재를 옹호하는 입장의 겐나디 주가노프(Gennady Zyuganov) 러시아 공산당 당수는 북한 수령독재 체제에 대한 지지 입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위조달러 유통 등 김정은 집단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에 해당하는 범죄행각에 상당수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은 집단도 올해 2월 러시아 공산당 대회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노골적인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실상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1인 집권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이 서방세계와 본격적으로 손 잡고 과거보다 한 층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김정은 집단이 입게 될 타격은 상당하다.
푸틴 대통령 그 자신이 구소련 시절 첩보기관으로서 악명을 떨쳤던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으로서 정보 수집과 각종 와해(瓦解)공작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러시아 내 친북(親北) 세력에게 가해질 압력의 강도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G8 정상회담에 참여해 서방세계와의 대북(對北) 공조에 합의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연방 대통령(맨 왼쪽)>
러시아의 북한 문제 관련 G8 성명 동참은 또 세계 GDP 순위 2위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념 차이의 문제로 G8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대북 강경노선으로 급선회하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 난민의 자국 내 대량 유입 등을 우려해 탈북자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과거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김정은 집단이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탈북자가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북송될 경우 김정은 집단은 최소 노동단련형에 처함으로서 주민들에게 탈북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다. 장기 또는 종신(終身) 복역자가 수감되는 관리소(정치범수용소)와 달리 대다수의 탈북자가 수감되는 노동단련대는 수감 기간이 짧은 대신 한 층 혹독한 폭력과 인권 유린이 난무한다.
'공포'에 의한 주민들의 탈북 행렬 감소는 곧 김정은 집단에 의해 착취되는 노동력의 증가와 '궁정 경제(김정은 개인 경제력)' 상승으로 이어지며, 김정은은 이 궁정 경제를 바탕으로 WMD를 개발한 뒤 남한 및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악행(惡行)을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공산(共産)경제'라는 미명 아래 소학교(초등학교) 때부터 농촌에서의 '모내기 전투' 등에 동원되어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노동력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실례로 최근까지도 국내에서는 북한산 낚시용 갯지렁이를 흔히 볼 수 있었으며, 크게 보면 북한 정권의 주(主) 밀수품목 중 하나인 'AK-47' 자동소총 등 각종 전쟁무기도 주민들에 대한 노동 착취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달러는 거의 모두가 김정은의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나 러시아가 나설 경우 중국은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으며 따라서 '북한 독재체제 소멸'이라는 G8의 염원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비록 러시아는 제2의 '바르샤바조약기구(WTO)' 격인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으로서 중국의 리더십에 끌려다니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한국-일본-타이완-동남아로 이어지는 군사적 대(對)중국 해상봉쇄선 앞에 난관에 봉착한 중국의 약점을 쥐고 있다.
특유의 중화(中華)사상 및 공산진영의 새로운 종주국이자 G2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근거로 미국과의 신(新)냉전을 준비 중인 중국은 군사적 태평양 진출기지로 기대하던 북한이 '말을 듣지 않자' 90년대 초부터 새로운 진출로를 개척하기 시작했으며, 이달 사할린(Sakhalin)섬과 홋카이도(北海道) 사이에 위치한 소야(宗谷)해협에서 해군 합동훈련을 갖기로 러시아와 합의함에 따라 드디어 진출로를 마련했다.
소야해협은 명목상 공해(公海)이지만 사실상 러시아의 통제력 하에 놓여져 있다. 러시아 함대가 수시로 이 해협을 지나 태평양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일본은 제대로 된 항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러시아가 SCO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카드를 쥔 상황에서 중국은 탈북자 강제북송을 완전 또는 일부 중단하거나 최소한 G8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겨레얼통열인대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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