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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건, 3년 전 통일부 장관과 회담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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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南北) 당국회담이 결국 김정은 집단의 '생떼'로 인해 무산되었다.
 
우리 정부는 그간 '당국회담'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통일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파견하는 대신 북한도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 부장을 파견할 것을 요청했으나 김정은 측은 끝내 이를 거부하고 회담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내보낼 것이라는 북한의 통보에 정부는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정하려 했으나 김정은 집단은 이마저도 "엄중한 도발" 운운하면서 끝내 회담을 무산시켰다.
 
김정은과 이 하수인들의 이러한 행태는 마치 '저자거리 잡배'의 행패를 보는 듯하다. 이미 합의한 내용을 자기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바꾸다가 상대가 응해주지 않으면 성질을 부리며 자리를 뒤엎는 그런 행패 말이다.
 
국제 외교관례상 한 번 합의한 내용을, 그것도 사전 조율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을 철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회담에서 불리하다 싶으면 아예 회담장에 나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변덕이 죽끓듯 하는 김정은 집단과 같은 경우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은이 김양건 대신 굳이 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고집한 것은 우선 '자존심'에서 기인한다. 소위 '원수님'이라는 칭호를 얻은 마당에 대륙간탄도탄 시험발사 성공 등으로 한껏 자기도취된 김정은이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숨쉬듯이 하는 북한 정권의 특성도 원인에 있어서 한 몫을 한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전 효과도 이유로 작용한다.
 
남한에서 북한보다 한 단계 높은 '급'의 인사를 회담에 내보낼 경우 김정은은 이를 빌미삼아 "남조선이 원수님(김정은)에게 두 손 싹싹 빌며 애원하고 있다"는 거짓선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주민들이 중국 위성TV, 라디오 등을 통해 외부 소식을 접하고 있는 환경이라 하더라도 장관이 회담장에 출현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장마당 도매상(속칭 달리기)들이 북한 전역에 퍼뜨릴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일부에서는 김양건이 우리 장관보다 급이 높다고 오도(誤導)하고 있지만 이는 왜곡된 주장에 불과하다.
 
북한 체제와 우리 체제를 비교하자면 '당(黨)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북한의 특성상 당중앙위원회 산하 각 부서는 우리의 내각 부처에 해당하게 된다. 통일부가 우리 통일 행정업무를 책임지듯 북한에서는 통전부가 통일 행정업무를 책임지는 것이다. 통전부 외곽단체인 조평통은 굳이 따지자면 통전부 업무 중 '공개적인' 업무만을 담당하는, 속되게 말하자면 '얼굴 마담'에 불과하다.
 
실례로 지난 2009년 8월 서울을 방문한 김양건은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과 회담을 갖기도 했다. 북한 스스로 통전부장이 통일부 장관에 해당하는 직급임을 자인(自認)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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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2일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김양건(오른쪽)[사진=동아닷컴]>
 
김정은 집단이 서기국 국장을 고집한 것에는 나아가 김양건의 '처신'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對北) 원칙주의인 박근혜 정부와의 회담이 갖는 어려움을 고려할 때 김양건이 자칫 실패할 경우의 책임을 벗어나고자 대신 자존심과 선전 효과 등을 들어 다른 사람을 내보낼 것을 김정은에게 권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과 나이가 적은 김정은이 아직 최룡해와 같은 이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있는 가운데, 김양건이 소위 '최룡해 라인'에 서 있다면 가능하다.
 
우리 정부가 장관급 회담을 원하는 이유도 있다.
 
북한 체제는 소위 '최고지도자' 1인의 독재에 의해 운영되는 특성상 '출세'를 위한 경쟁이 우리 기준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심지어 거짓 보고도 난무한다. '최고지도자' 한 사람의 즉석 결정에 의해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니 그럴만도 하다.
 
과거 김정일이 이른바 '현지 지도'를 나가면 해당지역 간부들이 '가짜 비료 더미' 등을 쌓아놓고 기다린 것이 하나의 실례다. 열차 안에서 건성으로 이를 본 김정일은 비료 생산이 활발한 줄 착각하고 자아도취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 같은 북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김정은과의 직보(直報)가 어려운 조평통 인사가 회담에 나올 경우 자칫 회담 결과가 여러 단계의 보고 과정에서 심각하게 왜곡되어 김정은에게 전달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회담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는 식의 허위 보고가 올라갈 경우 김정은이 남북 관계를 오판하고 극단적인 경우 무력 도발에 또 다시 나설 수 있다.
 
김정은이 남한 방송·언론을 상시 접한다 해도 독재체제 하에서의 오랜 권력 유지로 거짓말이 몸에 밴 측근들이 이리저리 꾸며대면 그만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도는 실무접촉 우리측 수석대표를 맡은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천 실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남북 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가 나갈 것이며 북측도 이에 상응하는 회담대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 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할 인물, 즉 김정은이 오판하지 않도록 회담 결과 왜곡을 최소화하면서 보고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올 것을 종용(慫慂)한 것이다.
 
김정은 집단이 이처럼 남북 관계 해빙(解氷)에 대한 의지가 없는 가운데 우리로서도 적극적으로 회담을 추진할 까닭은 없다.
 
개성공단 중단 및 금강산 관광로 폐쇄 지속으로 인해 손해를 입는 것은 김정은 집단이며, 우리가 강공(强攻)으로 나서면 자연스럽게 꼬리를 내리고 비공식 채널로 애걸하게 되어 있는 것이 그들이다. '강한 자에게는 애걸하고, 약한 자에게는 폭력을 휘두르는' 존재가 북한 정권이다.
 
일부 종북(從北)·좌파 세력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회담 무산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게로 돌리는 등 종북·좌파 세력의 비난이 거세지만 이도 언론이 뒷받침될 때 효력을 발휘한다. 한 때 이들 세력의 선전매체로 전락했던 MBC와 같은 공중파 방송이 정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광우병 촛불난동'과 같은 거짓 선전선동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또 알려지는 바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도 이미 대출금리 1.9% 수준 감면, 경협보험금 3천억원 지원과 같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발판으로 동남아 쪽에 새 공장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 적지 않은 기업이 '신용 0%'인 김정은 집단의 실체를 깨닫고 있기에 기업 차원에서의 대규모 반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겨레얼통일연대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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