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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외도(外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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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rancho mirage)의 휴양지 서니랜즈(sunny lands)에서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북핵(北核) 폐기를 위한 노력에 합의했다.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8일 백악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같은 반대 입장이라고 오바마에게 말했다"며 "중국은 미국과 같은 입장과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美中) 양 국 정상이 북핵 폐기를 위한 공동 노력을 합의한 것은 파급력이 매우 크다. 양 국 장관이나 대변인 성명 등의 차원에서 언급되던 북한 핵개발 저지의 필요성이 국가 정상에 의해 공식 천명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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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오바마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북한과 같이 마르크스-레닌 주의에 입각한 1당(黨) 독재의 공산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북한은 실질적으로는 공산주의가 아닌 봉건가부장적 세습독재 체제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손 잡고 김정은 집단을 공격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북핵이 언제든 베이징(北京)을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상 '형제 국가'임을 주장하면서도 뿌리 깊이 박힌 북중(北中) 양 측의 갈등 관계의 역사는 멀리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일성은 본시 스탈린(Joseph Stalin)과 마오쩌둥(毛澤東)을 벤치마킹하고 보다 발전시켜 수령독재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스탈린 사후 흐루시초프(Nikita Khrushchyov)에 의해 반(反) 스탈린 운동이 전개된 소련을 멀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한 층 강화했다.
 
그러나 마오쩌둥 사후 중국에서마저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비판 운동이 전개되자 그 때부터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의 이탈을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덩샤오핑이 계속해서 북한에 중국식 개혁개방 수용을 요구하자 본격적으로 탈(脫) 중국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79년 단행된 미중(美中) 수교는 이러한 성향을 가속화시켰다.
 
북한 정권이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다"는 故 황장엽 선생의 주체(主體)사상을 빼앗아 "자력갱생을 위해서는 한 명의 탁월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변질시킨 '김일성식 주체사상'이 본격화된 것도 그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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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을 창안한 故 황장엽 선생. 前 노동당 비서였던 故人은 97년 망명 이후 북한 독재집단의 실체를 낱낱이 폭로했다>
 
북중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가하고 동시에 북한 정권이 미국과의 수교를 꿈꾸게 된 계기는 91년 1차 걸프전과 92년 한중(韓中) 수교다.
 
91년 TV를 지켜보던 김일성과 김정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CNN 등 외신을 통해 생중계된 이 전쟁에서 미국은 항공모함과 스텔스(stealth) 항공기 등 첨단 무기를 동원해 이라크를 불과 1달 만에 쿠웨이트에서 격퇴시켰다. 1달 만에 전쟁에서 완승을 거두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 독재체제도 저런 식으로 패망할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것이다.
 
이듬해 단행된 한국-중국 간 수교는 북한 정권이 중국을 적대적 관계로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알려지는 바에 따르면 당시 김일성과 김정일은 크게 대노(大怒)하면서 이른바 '자주노선'을 선언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려 했을 정도였다.
 
이후 권좌에 오른 김정일은 2000년 조명록 당시 총정치국장을 미국에 파견하고 '뉴욕채널'을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미국과의 수교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으며, 반면 중국과는 겉으로는 동맹이면서 속으로는 이를 갈며 저주하는 관계를 지속했다.
 
故 황장엽 선생은 생전에 "중국 관리들이 틈만 나면 비난하는 국가가 북한이고, 김정일이 틈만 나면 욕을 퍼붓는 국가가 중국이다"고 증언했다.
 
북핵 개발도 기본적으로는 미국에 의해 '제2의 이라크·아프간'이 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나아가 남한을 점령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이면에는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우리는 이처럼 위험한 존재이므로 우리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노동신문 등에서는 "반(反) 공화국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식으로 표현된다).
 
사실 북핵 폐기를 전제로 미국과 수교한다 하더라도 북한 정권은 체제 유지와 한반도 적화(赤化)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체제 유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가능하고 수교를 통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킨 후 남한 점령이라는 야욕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월남과의 거짓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주월(駐越)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보란듯이 협정을 깨고 진격해 월남을 패망시킨 월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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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8월 24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钓鱼台)에서 전격 단행된 한중 수교 현장[사진=연합]>
 
물론 굳건한 한미(韓美) 동맹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도 말할 수 없는 미북 수교가 실제 단행되어 북한이 미국의 통제권 하에 편입될 경우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가 존립(存立)의 위기 앞에 놓이게 된다.
 
향후 미중 냉전이 표면화될 경우(중국의 대국(大國)주의와 이로 인한 미국의 피해로 인해 신(新)냉전은 언제든 발발할 것임이 틀림없다) 북한 지역은 중국의 군사적 태평양 진출 기지가 되기는 커녕 미국의 대(對)중국 전진 기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김정은과 그 하수인들이 소위 '미국에 충성한답시고' 중국에 각종 도발을 일으키거나 베이징으로의 핵무기 투사라는 최악의 사건을 일으킬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때문에 중국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북 수교의 수단이 되고 있는 북한 핵무기를 저지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북핵 폐기를 위한 공동 노력을 전격 천명한 것이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국가 이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흑묘백묘(黑猫白猫.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만 하면 된다)' 사상도 여기에 한 몫을 한다.
 
미국으로서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북한 핵무기가 자국 문턱에서 워싱턴을 겨냥하지 않는 이상 미북 수교를 검토할 까닭이 없으며 오히려 한반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 중인 핵무기 저지가 더 시급한 과제이므로 북핵 폐기를 위한 공조라는 중국의 입장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겨레얼통일연대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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