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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행정부와 한반도 미래, 기로에 서다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04-11 (금)
ㆍ추천: 0  ㆍ조회: 4080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양 측의 자제"와 같은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한미(韓美) 양 국과의 접촉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연일 한미만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11일 러시아 국영 러시아의소리(VOR) 방송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전 날 양 국의 합동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하면서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이 양 국에게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반면 북한에 대한 비난은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의 이러한 기류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유독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말 자국 공산당 대표단을 방북(訪北)시켜 노동당과 협력안을 맺게 한 러시아는 앞서 러시아연방 회원국인​ 타타르스탄과 북한 간 석유가스 탐사협력을 체결했다. 국영 라디오방송인 VOR을 통해서는 연일 북한을 지지하고 서방 측을 비난 중이다.

북한도 친러(親露) 성향을 적극 표출하고 있다.

러시아 공산당에 따르면 김정은은 크립합병을 비공식 지지했다. 4차 핵실험 예고 등 근래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며 통미봉남(通美封南. 미국과 수교해 한국을 고립시킨다는 전략)의 끈을 늦추고 있는 ​북한은 대신 러시아와 협력하려 하는 눈치다. 북한에 세습독재 중단을 요구 중인 중국과의 관계는 92년 한중(韓中)수교를 계기로 악화된지 오래다.
  
 
       
  <푸틴과 김정은.
직접적 접촉은 자제하고 있지만 정황상 러시아와 북한은 유착의 길을 걷고 있다> 
 

러시아의 친북(親北) 기조는 최근 노골화된 패권 야욕과 한국과의 갈등, 그리고 중국과의 경쟁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는 크림 합병에서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세력 확장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과의 한반도 북부 석유탐사 협정은 물론 인도와도 각종 협약을 체결하고 심지어 미국의 제1우방 중 하나인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지대 창설 및 한국으로의 러시아 가스 수출도 협의하고 있다.

또 독일에 구소련 시절 영토에 준하는 '러시아 통합'을 지지해줄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중국의 니카라과 운하 건설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협조해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반대 중인 유럽 분열을 목적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첸차 등의 독립운동을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러한 패권 야욕을 위해 세계 각 국에 지지를 호소했지만 한국 정부는 지난달 중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적(미국)의 친구(한국)는 나의 적'이라는 논리에 입각해 러시아는 가스 수출을 통해 한반도를 통제한다는 기존 전략을 축소하는 대신 북한을 한 층 끌어안는 길을 택했다.

중국과의 경쟁도 한 몫 한 것으로 추정된다.

​명목상 상하이협력기구(SCO)라는 틀에서 묶여 있는 중국은 러시아의 패권 시동에 발맞춰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거는가하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을 통해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등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외양상 공동 패권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중러(中露) 양 국은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오시프 스탈린을 롤모델로 '구소련 영광 회복'을 전개 중이며 시진핑 지도부는 한(漢)족 특유의 중화사상(中華思想)에 입각해 국제 공산진영의 맹주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구소련 영광 부활'을 주창 중인 푸틴. 그 자신이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이다>

 
 
러시아는 북한과의 공조를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미국 견제다. 미국은 중러의 패권 야욕을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대북(對北)지원을 통해 북한을 신(新)냉전에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북한이 각종 대미(對美)도발을 일으킬 시 그만큼 미국의 역량은 중러에 집중될 수 없다. 이미 중러와의 신냉전과 중동 문제를 떠안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국력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자원이다. 북한을 정치적 측면에서 보다 중시하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정치경제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북한 내 석유탐사가 이를 반영한다.

셋째는 한반도 통제다.

한국은 유엔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적 지위가 상당한 국가다. 또 지정학적으로도 태평양과 대륙을 잇는 통로다. 이러한 한국이 미국과 협력해 중러를 반대한다면 그만큼 ​패권 야욕에는 상당한 지장이 미친다. 러시아는 북한의 대남도발 및 적화야욕을 지원한 뒤 "우리 요구를 반대할 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식으로 한국과의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

​넷째는 중국 견제다.

중국은 현재 한국-일본-대만-동남아로 이어지는 군사적 태평양 진출로가 막혀있는 상태다. 유일하게 진출로를 열어줄 가능성이 높은 곳이 한국이지만 한국은 한미(韓美)동맹을 근본으로 하면서 미중(美中) 사이에서 적절하게 중립을 유지하며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중국이 바라볼 곳은 북한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악화로 태평양 진출로를 쉽사리 열어주지 않으면서 진출로 및 미국과의 사상적 완충지대로서 북한을 포용할 수밖에 없는 중국의 약점을 잡아 각종 지원만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영향권 내에 편입될 경우 중국의 태평양 진출로 확보의 관건은 러시아가 쥐게 된다. 패권 쟁취 과정에서 중국에 각종 요구를 하면서 상하이협력기구의 간판을 모스크바협력기구로 갈아치울 수 있다.

 
 
                    
                      <북한은 세계 최고수준의 생화학무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강화는 우리는 물론 미국에게도 심각한 악재(惡材)로 작용한다.

북한에 개혁개방이나마 요구하면서 적절한 제재를 가해온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미국 견제와 한국 통제 등의 이유로 북한의 각종 무기 개발을 그대로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은 러시아를 '제2의 중국'으로 취급할 수 없는 입장이다. 중국에 대해 군사적 진출로 및 사상적 완충지대 제공이라는 카드를 쥔 것과 달리 북한은 러시아에 대해서는 아무런 협상카드도 없다. 유일한 카드가 핵개발 및 이를 통한 모스크바 위협이 될 수 있겠지만 러시아로서는 핵·대륙간탄도탄(ICBM) 개발만 억누르면 그뿐이다.

​북한으로서도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협조를 요구하는 한러 협상 부결 시 각종 무기 개발을 기반으로 적화를 노릴 수 있다. 미국과 유럽과의 정치적 단절을 감수해야 하는 한국은 러시아의 요구를 마냥 들어줄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양 국이 획기적인 절충안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협상이 부결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경우 러시아의 방조 아래 북한이 서해북방한계선(NLL) 무력화를 노골적으로 시도함은 물론 극단적인 경우 제2의 한국전쟁, 나아가 미국·러시아가 모두 참전하는 3차 세계대전의 참극이 한반도에서 빚어질 수 있다.

북한의 중국 영향권 재편입이 해결책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거기서 거기다. 중국은 북러(北露) 밀착 중단을 북한에 요청하는 대신 기존의 세습독재 중단 및 개혁개방 수용 요구마저 철회하고 대북지원을 강화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이 위협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북(美北)수교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따르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적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김정일의 매제로 한 때 2인자, 또는 그에 준하는 권력을 누렸던 장성택은 황 전 비서에게 ​"전쟁 하면 이긴다. 문제는 그 다음(미군 증원병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쿠바로 무기를 밀수하려다 파나마 당국에 적발된 북한 청천강호>

 
 
미국으로서도 크나큰 위기에 직면한다.

​중러는 니카라과 운하에서의 북한 무기밀수 선박 운행을 방치하며 이를 대미 견제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북한은 파나마 운하를 통해 쿠바에 미사일 부품을 밀수하려가 파나마 당국에 적발된 바 있다. 그러나 니카라과 운하를 이용하면 이러한 위험이 사라진다.

중러는 미국의 턱 밑에 위치한 쿠바의 북한산 무기 무장을 기반으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다. 구소련은 과거 60년대에도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해 미국에 핵공격을 가하려 한 바 있다. 북한산 화학무기가 쿠바의 대미 테러에 이용될 시 미국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는 미국의 대외 영향력 축소로 직결된다.

중러로서는 설사 테러가 사전발각된다 하더라도 "북한이 우리 몰래 한 짓"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북핵 이외의 대북제재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중국은 지난해 8월에도 유사한 행태를 보인 바 있다. 당시 시리아에 화학무기 물자 공급을 목적으로 중국 다롄항을 거쳐 남해를 지나던 북한 선박이 우리 당국에 적발됐지만 중국 정부는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극단적인 경우 니카라과 운하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러 간 군사적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을 매개체로 실낱같은 공조를 유지하던 양 측 관계는 완전한 파국을 맞게 된다. 유엔안보리에서의 북한 문제 논의가 백지화됨은 물론 한반도 문제 해결 방식이 외교적 노력에서 군사적 충돌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지나친 과욕은 화(禍)를 부른다는 점을 오바마 행정부는 모르는 것일까>

 
 
유일한 해법으로는 중러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을 이용한 '배고픈 두 개(犬)와 뼈다귀 한 개' 전략이 제시될 수 있다. 서로 궁극의 패권자가 되려 하는 중러 관계를 감안해 지역패권이라는 먹이를 두고 양 측이 다투게 만듦으로서 난관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중러 양 국을 방치하면서 분쟁 계기를 제공하는 대신 몽골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러와의 문제에 오히려 한 층 깊숙히 개입하려 하고 있다.

​이는 중러가 한 층 단합하게 하는 결과만을 낳는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동아시아 중시 전략의 일환으로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몽골에 병력을 배치시킴으로서 중러를 견제하려하는 듯 하지만 알려지다시피 중러는 내노라하는 세계적 군사강국이자 핵보유국이다. 미국이 몽골에서 중러와 대규모 전쟁을 치를 각오가 아니라면 중러 양 국에 주는 위협감은 미미한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이는 "자국 내 미군 주둔 허용불가"라는 몽골 국방부의 공식발표를 감안할 때 현실성이 낮을 뿐더러 도리어 무력을 통한 해결 시도는 '미국 패권주의 반대'라는 중러·북한의 명분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의 과욕은 한반도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될 위험이 크다.

결국 고려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은 '이견일골(二犬一骨)' 전략밖에 없다. 동유럽과 아시아에서의 중러 영향력 확대라는 당장의 출혈이 있을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다른 전략과 비교할 때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겨레얼통일연대 정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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