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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무기들 ⑱ - 지상으로 뛰어내려라!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06-17 (월)
ㆍ추천: 0  ㆍ조회: 5133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활주로에서 한 기의 항공기가 이륙했다.
 
탑승자는 50여만 대한민국 국군 병력을 야전(野戰)에서 지휘하는 합참의장 및 육해공·해병대 장성급 인사들이었다. 이들이 향한 곳은 뜻밖에도 중국 베이징(北京)의 서우두(首都) 공항.
 
정승조 의장 등은 그 곳에서 역시 230만 중국 인민해방군을 일선(一線)에서 지휘하는 팡펑후이(房峰輝) 총참모장 및 판창룽(范長龍) 공산당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만나 군사회담을 갖고 핫라인 설치 등 양 국 군사협력 확대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이는 지난달 판 부주석과 만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가 냉대를 받고 물러난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사건이었다. 또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북중(北中) 관계와 강화·발전되고 있는 한중(韓中)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그리고 이 날 이후, 정 의장이 탑승한 대한민국 공군 전술수송기 C-130 허큘리스(Hercules)는 김정은 집단의 고립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유사시 합참의장의 '공중 지휘소'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군(軍) 병력을 전투지로 이송하는 '밀리터리 버스' 역할을 하게 되는 수송기의 세계. 오늘 '한반도의 무기들' 시간에는 한반도에 현존하는 각종 수송기에 대해 알아본다.
 
 
<낙타를 이용해 실크로드(Silk Road. 비단길)를 횡단하고 있는 카라반(Caravane)>
 
'수송'이라는 개념은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체라면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개미는 거대한 두 개의 턱과 튼튼한 다리를 이용해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나 더 큰 먹이를 옮기며, 식물의 경우에도 바람을 이용해 씨앗 포자를 주변 지역으로 퍼뜨린다.
 
만물의 영장(靈長)인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두 발로 서서 걷기 시작한 초기 인류는 두 손을 이용해 식량과 각종 도구를 옮기면서 삶을 영위했다. 생명체에게 있어서 수송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생존의 수단이었다.
 
지구상 유일한 지적 생명체인 인류는 공동체라는 조직이 생겨나면서부터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수송의 방법을 한 층 발달시키기 시작했다.
 
고대의 대표적인 수송 수단은 '동물'과 '바퀴'였다. 둥근 형태의 바퀴를 매단 채 마소(馬牛)의 힘을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수레가 탄생한 이후 수송 산업은 일대 변혁을 맞이했다.
 
두 발에 의지한 채 느린 속도로 힘들게 산과 물을 넘으며 수송할 필요 없이 힘들이지 않고 신속하게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인류 사회는 보다 발전하는 계기를 맞았으며, 장거리 이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실크로드(Silk Road)와 같은 대륙간 교역로도 생겨났다.
 
   
<낙하 대기 중인 대한민국 공군 공정통제사(CCT) 대원들. 유사시 적진에 침투한 뒤 공중을 통한 병력·물자 수송을 통제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서 탄생한 '공수부대'는 수송기의 발전과 축을 함께 하며 세계 각 국에서 발전을 거듭해왔다(특수전부대인 점을 감안해 일부 모자이크 처리)>
 
2천년 이상 인류 사회의 주요 수송수단으로 자리매김한 '동물'과 '바퀴'는 그러나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과 이 산업혁명에서 파생된 기술 발달로 인해 주류(主流)의 자리를 잃었다.
 
자동차의 발명에 이어 1906년 5월 22일, 사상 최초로 '항공기'라는 기계를 발명한 미국의 라이트(Wright) 형제가 특허를 출원하고 항공기 대량 생산에 착수함에 따라 인류의 수송 산업은 2번째의 변혁을 맞이했다.
 
항공기의 가장 큰 장점은 지리(地理)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로 어디든 신속하게 수송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활주로를 만드는 번거로운 작업이 선행(先行)되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기는 했지만, 이 활주로와 항공기만 있다면 자동차나 열차로 수 주일 걸릴 것을 단 며칠만에 수송할 수 있었다.
 
항공기의 수송력이 갖는 군사적 가치를 처음 발견한 국가는 영국이었다.
 
나치 독일의 유럽 침공으로 인해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섬나라였던 영국은 독일 잠수함 유보트(U-boat) 등으로 인해 전선으로의 해상(海上) 병력 수송이 난관에 봉착하자 하늘로 눈길을 돌렸다. 대공(對空) 사격으로 인한 일부 피해를 제외하면 항공기는 대부분의 병력을 안전하고도 신속하게 적진에 투사할 수 있는 존재였다.
 
1941년 7월 1일 영국은 사상 최초의 공수(空輸)특전단인 'SAS(Special Air Service)'를 창설하고 이를 통해 나치 독일에 막대한 타격을 입힘으로서 항공기의 수송력이 갖는 군사적 가치를 입증했다(일부에서는 1928년 창설된 소련의 VDV를 공수부대의 시초로 보나 미약했던 당시 항공기술의 수준 등으로 인해 VDV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소련 우주왕복선 부란(Buran)을 탑재한 채 이륙 준비 중인 An-255>
 
이후 '수송기'라는 개념이 세계 각 군(軍)에서 보편화됨에 따라 수송기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서방 세계에서 탄생한 수송기의 결정체는 월남전 당시 미국 공군이 도입한 C-5 갤럭시(Galaxy)다.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이 개발한 길이 75.54m, 폭 67.88m의 이 대형 수송기는 F-16 전투기 2대를 한꺼번에 수송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괴물'이었다.
 
거대한 몸체를 하늘로 띄우기 위해 C-5는 43,000파운드 출력의 강력한 터보팬 엔진을 4개나 장착했으며, 기장과 부기장 등 승무원 7명이 탑승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919km, 최대 적재중량은 122t이었으며 360명의 완전무장한 병력을 싣고 전장으로 실어나르는 괴력을 발휘했다.
 
C-5의 위용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공군에 장기간 몸담은 필자의 지인에 따르면 어느날 미국 본토에서 온 C-5가 경남 사천 공군비행장에 착륙하자 활주로에 금이 갔다고 한다. 수백 수천 기의 전투기가 뜨고 내려도 멀쩡했던 활주로가 이 수송기 착륙 하나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 것이었다.
 
미국과의 냉전에 몰두 중이던 소련이 가만 있을리는 없었다. 거대 항공기는 국력(國力)을 상징하는 일종의 수단이기도 했기에 소련 공산당 수뇌부는 1988년 11월 30일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에서 C-5의 기록을 갱신한 사상 최대의 수송기 An-225 코사크(Cossack)를 공개했다.
 
단 1대만이 생산된 An-225는 길이 84m, 폭 88.4m, 높이 18.1m, 최대 적재중량 250t이라는 엄청난 제원을 갖고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몸체 때문에 An-225를 수용할 활주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때문에 소련은 미국과의 '우주전쟁(Star Wars. 대륙간탄도탄 요격위성 개발 등을 골자로 80년대 초부터 본격화되었다)'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An-225가 마치 아기를 등에 업은 여인처럼 우주왕복선 부란(Buran)을 기체 윗면에 얹은 채 비행하는 사진은 지금도 미소(美蘇) 냉전 당시의 치열했던 군비(軍備) 경쟁을 보여주는 존재로 남고 있다.
 

<An-2 콜트(Colt). 외형에서도 알 수 있듯 상당히 구형(舊型)인 항공기다>
 
C-5와 An-225는 지금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An-225는 소련 붕괴 이후 운용자금을 감당할 수 없었던 러시아 정부에 의해 거의 버려진 채로 방치되었으며, 이후 민간 항공사에 인수되어 지금은 군용(軍用)으로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C-5는 2002년 C-5M 슈퍼갤럭시(Super Galaxy)라는 이름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여전히 군용 수송기로서 활약하고 있다. 공군뿐만 아니라 해병대 등지에서도 운용하고 있으며, 올해 초 열린 한미(韓美) 합동 군사훈련 '독수리연습(Foal Eagle)'에서는 미 제3해병원정군 소속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우리 군(軍)은 정승조 합참의장이 방중(訪中) 당시 임시지휘부이자 이동 수단으로 활용했던 C-130 허큘리스 등을 운용 중이다. 길이 29.3m, 폭 39.7m, 최대 적재중량 19t의 C-130은 유사시 완전무장한 병력 92명 또는 공수부대원 64명을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다.
 
김정은 집단이 보유한 수송기로는 An-2 콜트(Colt) 등이 있다.
 
소련이 1948년부터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이 수송기는 그러나 길이 12.9m, 폭 14.2m로 수송기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초라한 제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제트 엔진이 아닌 구형 프로펠러 엔진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우리 육군이 도입을 결정한 아파치(Apache) 공격헬기 등에게 손쉬운 먹잇감이 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An-2가 지나치게 저조한 성능의 덕(?)으로 유사시 특유의 목재(木材)·가죽 재질 및 저속·저공 비행을 통해 우리 레이더를 회피함으로서 서울 등지로의 핵 투발 또는 북한 항공육전병(공수부대)의 수송 등에 사용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2월 김정은은 특수전 전담부대로서 An-2를 보유 중인 인민군 11군단 훈련을 참관하기도 했다.
 
[겨레얼통일연대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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